유가 최고-달러 최저의 의미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9.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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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와 약달러의 함수, "약한 美경제-강한 글로벌경제 상징"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약달러와 고유가 사이에는 복잡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달러 가치 하락은 유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욱 난해한 그 무엇이 있다. 바로 미국 경제 둔화와 상대적으로 견조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다.

◇ 약달러-美경제 둔화 위기, 고유가-세계경제 견조



미국 정부는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방조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 약세에는 펀더멘털적인 측면도 반영되고 있다. 달러 자산이 매력을 잃음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물론 달러 약세에는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게 3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달러 약세에 대한 중론이다. 달러 가치는 지난 3년간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30% 가량 하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가는 장중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지칠줄 모르는 고공 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고유가는 전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배경에는 전세계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원유 소비국들이 충분히 에너지를 소진할 만큼 경제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를 뒤집어보면 미국 경제는 성장 둔화 위기에 빠져있는데 전세계 경제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걱정을 해야할 만큼 여전히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 약달러, 고유가의 근본원인

게다가 달러 가치 하락은 유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두바이, 브렌트유 등 3대 대표 유종의 기준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고, 거래된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유가의 가치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3년전까지만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유가가 낮더라도 산유국들은 어느정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달러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지속적인 약세를 나타내자 산유국들의 참을성도 한계에 달했다. 이제 기준 가격을 유로화로 바꾸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있다.

달러 가치가 지난 3년간 30%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은 유가 가치도 역시 30% 떨어졌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유가를 끌어올리길 원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다. OPEC이 충분한 증산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있는 것이다.

OPEC은 전날 생산 쿼터를 하루 50만배럴 증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가는 증산분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없다는 실망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신용경색 위기로 경제가 주춤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때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원유 수요는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 중국 등 신흥 경제 개발국들의 급증하는 수요와 함께 아직까지 견조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그 배경에 있다. 원유수요가 가장 많은 겨울철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원유시장에 1000억달러 이상이 유입되는 등 투기적인 수요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 장중 80달러 돌파…100달러 얼마 안 남았다



골드만삭스 CIBC 월드마켓 등의 상품 애널리스트들은 복합적인 요인을 종합 분석해볼때 조만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100달러로 올라섰다고 정말 가치도 100달러가 되는 것일까. 달러화가 30% 평가절하됐다고 볼때 유가는 3년전 70달러와 같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는 12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선을 뚫고 올라섰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 인도분 유가는 장중 한때 80.18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가격 급등에 대한 경계감이 발동되며 결국 전날에 비해 1.68달러(2.2%) 오른 배럴당 79.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달러 가치도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오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달러 약세는 추세다. 그리고 유가 상승도 추세다. 고유가에 따른 현명한 에너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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