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증시만 폭락할까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7.08.16 13:29
글자크기

우수한 선물시장이 발목...'팔면 팔리는' 韓시장

왜 한국시장만 폭락하는 걸까.

전세계 증시가 일제히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15일. 아시아 증시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 가운데 유독 급격히 추락하는 증시가 있다. 바로 한국증시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7~9%대로 폭락하는 동안 중국 상해와 심천증시는 1%대, 일본은 2%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하락률이 4%대로 비교적 높지만, 한국증시에는 비교가 안된다.



이유가 뭘까. '그간 가장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미 지수는 5월말 수준까지 회귀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에만 특별한 악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변동성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신흥국가보다도 훨씬 크다.

◇발달된 선물시장이 주범
서영호 JP모간 전무는 한국의 잘 정비된 선물시장이 폭락장의 주범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머징 마켓 중 가장 선물시장이 발달된 곳이다. 때문에 이머징 마켓 주식에 투자하는 많은 외인들이 '헤지'를 위해 한국의 선물을 판다. 한국주식을 사면서 헤지용으로 한국 선물을 팔 뿐 아니라, 중국·베트남 등 다른 이머징 마켓 주식을 사면서도 한국의 선물을 판다.

특히 외인입장에서 한국은 선물을 마음껏 팔면서 헤지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같은 선물매도가 해소과정에서 다시 현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과 같은 악순환이 서 전무가 말하는 한국시장 폭락의 이유다.

송기석 메릴린치 연구원도 "한국의 선물시장이 변동성(Volatility)를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시장이야말로 외인들 입장에서 변동성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시장이라는 것.


송 연구원은 "다른나라 주식이 빠져도 한국의 선물을 숏(매도)해 놓으면 커버가 될 수 있다"며 "거래량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선물시장이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매도헤지·프로그램 매매도 발목



한국의 선물시장은 이처럼 주식을 살 때 헤지용으로 적절할 뿐 아니라, 주식을 팔 때도 손실을 줄이는데 활용된다. 이른바 '매도헤지'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인들은 주식을 팔 경우, 선물을 매도한 뒤 주식을 파는 전략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주가가 하락해도 선물매도에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물의 매도 포지션은 즉각 프로그램 매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펀더멘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외인들이 헤지차원에서 선물을 팔 경우, 선물을 자연스럽게 저평가되기 마련.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은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대신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거래로 이어진다. 이래저래 현물시장에는 하락압력이 가게 된다.



◇글로벌 펀드, 한국부터 팔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 깊숙이 박힌 악재지만, 외국 자금은 한국시장을 시쳇말로 '두들겨 패고' 있다.

이유는 많은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시장부터 팔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무대로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진원지는 선진국. 정작 문제는 선진국에서 터졌지만, 수익률 관리를 위해 선진국 대신 한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부터 자금을 뺀다는 것.



송기석 메릴린치 연구원은 "많은 글로벌 펀드들이 투심이 위축되면 비중이 높은 한국주식부터 줄이고 있다"고 "반대로 전망이 좋을 경우 글로벌펀드는 한국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측면이 있으며, 한국의 은행주들이 '리레이팅'됐던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팔면 팔리는 한국시장

실제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선물시장이 급격한 변동성의 주범이라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지수700~800시대에는 영향이 컸겠지만, 지금은 규모가 워낙 커져 전체적인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역시 한국시장이 잘 팔리기 때문에 한국부터 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국에는 기관과 개인의 자금을 봇물처럼 증시로 밀려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경우 주식비중을 줄이기에는 한국증시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일 알리안츠 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시장은 그간 많이 올랐고, 기관과 개인들이 팔면 잘 받아주므로 차익실현에 좋은 곳"이라며 "현재 외인의 매도공세는 순수한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한국증시만 폭락할까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