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전일 1897.89로 시작했던 지수가 1946.08로 장을 시작하며 위로만 거침없이 뻗어나가자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패닉'이라고 표현했다. 목표 지수를 수정해 상향 조정하는데 급급했고 증시 상승의 이유는 너무나 충분했다. 이 날 마감 종가는 1962.93. 이틀만에 70포인트 넘게 올랐다.
16일 오전 장중, 코스피 지수는 1681.71까지 급락했다. 낙폭으로만 치자면 사상 최대치다. 한 달 전의 패닉이 고공 비행에 아찔해 하는 '짜릿한 상승'에 기인했다면 이 날 패닉은 손쓸 겨를도 없이 벌어지는 '공포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간극이 너무 크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는 한때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증시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보자면 저가매수하기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해석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에 무게를 두고 "하반기 업황 개선이 전망되는 IT업종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임정석 NH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저가 매수'를 추천했다. 앞으로 지수가 더 흔들린다고 해도 결국 무릎 아래서 사는 셈으로 반등에 따른 수익률은 전에 없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분분한 시각 가운데 그나마 공통분모가 되는 것은 "추가 매도는 자제하라"는 조언이다. 1650~ 1700선 내외를 지지선으로 제시한 의견이 많은 만큼 이미 충격을 받아낸 지금 지수 상태에서 매도하기 보다는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조익재 CJ투자증권 센터장은 "이번 조정장에서는 저가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는 리스크 관리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그는 " 현재의 지수가 서브프라임발 충격을 흡수한 폭락상태니 만큼 지금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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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이 날 아시아 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지수는 낙폭을 조금씩 만회해 1%대의 하락세에 그치고 있다. 일본 니케이 증시도 2%대의 내림세를 나타내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폭락에 대한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개인들은 2556억원 순매도 하며 폭락장에 대응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개인들이 심리적 공황상태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추가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상황이 벌어지면 서브프라임 문제 등과 관계없이 시장 내부적으로도 붕괴요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시장에 들어간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반등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거나, 지리한 조정 국면에서 더 큰 패닉을 맞거나.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전략'이 '매도 자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