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재벌들 아직도 배고프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7.08.1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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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두산·효성, 대한통운 등 대형매물에 관심

금호아시아나, 두산, 효성 등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재미를 본 대기업들의 M&A욕망이 식지 않고 있다. M&A를 그룹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혁신적 성장엔진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들 그룹은 M&A과정에서 쌓인 노하우와 실탄을 이용해 또한번의 대형M&A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눈높이는 남아있는 구조조정기업인 대한통운,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으로 향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렌터카는 렌터카업체인 애니렌트카를 흡수합병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규모(2분기 매출액 4조6011억원, 영업익 3463억원)로 볼 때 금호렌터카는 미미한 규모(작년 매출액 2428억원, 순익 127억원)지만 그룹의 여전한 M&A 의지를 입증한다는 평가다.



금호아시아나는 향후 대한통운 등 대형 매물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고 계열사를 통해 대한통운의 지분 14.11%를 보유한 3대 주주기도 하다. 또 대우건설 매각을 통해 현금 9600억원을 확보하고 금호종금 계열분리(우리금융그룹 대상 유상증자 실시)를 통해 몸 만들기에 나선 만큼 향후 매각전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 두산산업개발(옛 고려산업개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해 환골탈태한 두산그룹도 올해 들어서 미국 잉거솔랜드(소형 건설중장비 업체) 일부 사업부문 등을 인수해 해외 M&A까지 성공시켰다. 또 두산캐피탈(옛 연합캐피탈), BNG증권중개 등도 인수해 금융업의 기반도 확실히 갖췄다는 평가다.



두산은 이 같은 인수 작업 외에 OB맥주, 음료사업부(두산씨그램, 네슬레, 코카콜라 합작지분), 종가집 브랜드 등을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1조 ~ 2조원대의 유보금 외에 재무적 투자자 유치 능력 등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의 인수전에 의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도 지난해 세계적 타이어 회사인 미국 굿이어의 생산기지를 인수하면서 세계 타이어코드(자동차 타이어 속에 들어가는 부품) 시장 점유율 1위의 지위를 확고히 한데 이어 올 들어 동국무역 중국 스판덱스 공장, 스타리스 등을 인수해 성가를 떨치고 있다. 과거 대우종합기계, 대우정밀(현 S&T대우) 인수전 등에서는 아깝게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성공의 단맛을 맛본 뒤에는 여러 건의 딜을 성사시켰다. 현재 효성은 9 ~ 10월 경에 윤곽이 드러날 새한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했다 서울증권 인수로 선회해 성공했던 유진그룹도 올해 로젠택배 등을 인수해 추가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유진그룹은 로또복권사업의 2기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매출 2조원 규모의 로또 사업을 연말께부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증권 대형화를 위한 증권사 인수 계획을 밝힌 유진은 현대건설 매각전 등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M&A대전에서 재원 조달보다는 사업계획이나 연합세력 구성 노하우가 중요 변수로 바뀌게 됐다"며 "성공 경험이나 다양한 인수전 참여 경험은 또다른 사업 전개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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