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py'를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7.08.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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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단위로 마일(mile)과 야드(yard), 피트(feet), 인치(inch), 무게단위로 파운드(pound)를 고집하고 있는 미국에서 항공우주국(NASA)만은 미터법을 쓰고 있다.

지난 1999년 화성을 돌던 우주선(Mar Climate Orbitor)이 최저고도를 잘못 설정,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NASA 개발팀 중 일부는 미터법을, 일부는 마일 단위를 사용한 탓에 연착륙을 위한 최저고도 계산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NASA는 이 사고 이후 고집해오던 마일을 버리고 미터법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자제가 실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모 자치단체가 공단을 조성하고 해외기업유치를 위한 투자설명회에 나섰다. 이때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던 해외기업인들은 자치단체가 제공한 투자설명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명서에 토지면적 단위가 평방미터(㎡)가 아닌 'py'로 표기돼 있어서다.



해외기업인들이 주최측에게 'py'가 대체 뭐냐고 묻는 것은 당연했다. 설명회에 갔던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공단의 장점이나 세금혜택 등 투자유치 설명은 뒤로 한 채 'py'의 개념을 설명하느라 땀께나 흘렸다.

'평'을 우리가 봐도 생뚱맞게도 영어로 풀어쓴 'pyung'의 앞자를 따 'py'로 표시했으니 말이다. 해외기업유치에 나선 사람들이 우리만 사용하는 'py'를 사용했으니 투자유치에 성공했을 리 만무다.

면적 단위로 평방미터법을 쓰는 것은 이미 세계가 공통이 됐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도 주택이나 땅을 사고 팔 때 쓰는 기본단위는 1㎡다. 1㎡당 얼마 이런 식이다.


우리도 얼마전부터 미터법을 공식 단위로 쓰기 시작했다. '평'에 익숙한 우리 수요자들로서는 적잖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평을 버리고 미터법을 쓰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정착될 것으로 믿는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편법적으로 평 단위를 쓰고 있다. 1평을 ㎡로 환산하면 3.3058㎡가 된다. 일선의 중개업소는 물론 건설업체 심지어 언론들도 소숫점 이하 일부 숫자를 제외하고 '3.3㎡당 얼마'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1평당 얼마'식으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터법을 공식 단위로 쓰기로 했을 때는 '1㎡당 얼마' 식으로 쓰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우선 언론이라도 미터법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투자액(주거용 제외) 13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6%나 늘었다. 임대사업을 겨냥한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투자액은 1억5000만달러로 무려 7배나 급증했다.

적지 않은 돈을 국내도 아닌 해외에다 투자하면서 평과 미터를 잘 못 계산해 손해를 보는 일이야 없겠지만 사람일이란 모르는 것이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첫번째로 착수한 업무는 말과 글, 음악과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언어와 예술, 먹고사는 문제의 기본인 단위의 동일성을 중요시한 것이다.

사상마저 통일시키려 분서갱유라는 극단의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2200여년전 인물이 해낸 도량형 통일을 디지탈시대에 사는 우리가 못 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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