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 아니라는데 왜 자꾸…"

강기택 기자, 김진형 기자 2007.07.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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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수치 들며 반박…'새 성장동력' 가시화 안돼

삼성그룹이 또다시 위기론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는 계열사들의 1/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들고 나왔다. 그룹 전체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고 삼성전자 반도체와 삼성SDI를 제외하고는 다 괜찮다는 얘기다. 게다가 환율 문제를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삼성 위기론의 본질이 실적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라는 점에서 위기론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전자만 보지 마라, 그룹을 봐라"=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가 기자브리핑을 자처해 위기론 진화에 나선 것은 벌써 두번째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등에 대한 구조조정설이 불거졌을 때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력 재배치일 뿐'이라고 직접 나서 해명한바 있다. 당시에도 반도체와 삼성SDI를 제외하고는 모든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다고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위기설이 그치지 않자 이번에는 구체적인 실적을 갖고 보여주겠다고 나선 것. 삼성 고위 인사는 "워낙 시중에 소설들이 많아서 재무팀장과 상의해 실적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주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며 구조조정과 위기론에 대한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숫자를 가지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실적 악화일 뿐 삼성그룹 전체로는 오히려 이익구조가 탄탄해지고 있음이 상반기 실적에서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올들어 삼성화재,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2005년 77%에 달했던 그룹 전체 이익에서 전자 관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7%로 낮아졌다는 것. 그만큼 전자 중심의 이익구조가 다양화되면서 안정됐다는 의미다.



게다가 하반기 되면 반도체가 안정기에 들어가 삼성전자 실적도 전년과 같거나 좋아질 것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위기론 진화될까= 하지만 삼성 위기론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 위기론을 촉발시킨 것이 올들어 급락한 반도체 가격과 이로 인한 삼성전자의 실적악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론의 본질이 단순한 실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반기에는 대폭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삼성 위기의 근원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그룹의 주 수입원이었던 반도체 등이 대만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만의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건희 회장이 올초 "정신차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5~6년뒤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게다가 삼성은 수년간 지속된 호황 속에서 조직이 관료화되고 혁신의 칼날도 무뎌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 유수의 IT 기업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지만 삼성만은 마이웨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윤호 전경련 부회장도 26일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외국 유수기업들은 신속하고 과감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 중 국제적 M&A 하는 기업이 있느냐"며 "삼성도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삼성 위기론'의 본질을 알고 있다. 지난 5월 전 계열사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삼성이 최근 각 계열사에 대한 미시적인 수술에 나서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가시화될 때까지 위기론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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