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파격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7.07.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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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의 파격에 거는 기대


"삼성 역사에서 정기인사 외에 임원인사는 없습니다."

불과 한달전 삼성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 구조조정설이 한창이던 시기로 임원인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돌아온 답변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황창규 사장이 7년간 겸임하고 있던 메모리사업부장에 조수인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만이 아니라 LCD, 삼성SDI까지 연쇄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어졌고 다른 사업부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조치가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이번 인사는 '삼성 역사에 남을 일'이다.



파격적인 인사가 나오자 실적악화에 따른 문책성 조치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삼성은 겸직을 떼어내 각각의 책임자를 선임함으로써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책성인지 책임경영인지는 정작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핵심은 그룹이 오랫동안 지켜온 관행을 깨드릴 정도로 상황이 절박했다는 점이다. 또 앞으로 상황이 안좋으면 언제든지 관행과 상관없이 수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에는 외부로부터 다양한 주문이 이어졌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꿔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라 등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훈수 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초점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것들이다.

변화는 관행을 탈피하는데서 시작된다. 관행은 깨뜨리는게 쉽지 않지만 한번 깨어지면 더이상 의미가 없다. 삼성이 이번 관행 파괴를 계기로 자신만의 원칙들을 전면 재점검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배구조이든 M&A에 대한 방침이든 그것이 변화를 가로 막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삼성의 이번 파격 인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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