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3년내 기회 온다"

머니투데이 뉴욕=유승호 특파원 2007.06.2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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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전 "세계 '부(富) 지도' 변화, 기회 잃으면 위기"

"세계 '부(富)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현재 선진국 경제비중이 80%(GDP기준)이지만 앞으로 10년동안 세계 부 창출의 75% 이상이 신흥경제권(이머징마켓)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한 차례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 앞으로 2년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자산 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게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다가가고 있다"

"한국경제 2~3년내 기회 온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전(44) 아틀라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는 "부자가 되려면 부의 지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시장에는 함정이 많습니다. 가장 안전한 것으로 보이는 투자대상이 가장 안전하지 않을 수 있고 가장 불안해 보이는 투자대상이 가장 안전할 수 있습니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투자 지형 변화를 미리 읽어야 합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가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대답은 "노(no)"이다. 미국이 국가 부도를 내 재무부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다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 국채는 안전한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1억 달러 규모의 2개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전의 포트폴리오 지도에서 이머징마켓 비중은 이미 4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면 어머징마켓, 특히 아시아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확실합니다. 더욱이 아시아경제는 10년전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기업들의 재무제표도 좋아졌고 경제 펀더멘털,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이머징마켓 증시에 투자해야 겠군요"라고 묻자 그는 "매크로(거시경제 흐름)와 마켓(금융시장 흐름)을 구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제 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수십배로 상승했고, 반대로 요즘처럼 삼성전자 주가는 힘이 없는데 코스피가 크게 상승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투자대상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은 여전히 남는다는 얘기다. 상장사만이 아니라 비상장사, 채권, 환율 등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겐 어려운 결정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투자 선택을 맡기는 것이 투자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도 '역선택'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가격이 올라있는 상품을 팔아야 장사가 된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품은 인기가 없다. '안전해 보이는 불안한 상품'이 많이 팔릴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전은 "두 가지 기회와 위기가 한국 경제에 동시에 다가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Liquidity event)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년내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다소 극단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국제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이 미국 달러화 자산으로 몰려들어 미국의 경기 순환을 왜곡시키고 있고 이때문에 달러화는 강세를 유지하고 미국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의 분석대로라면 넘치는 유동성이 미국 경기 하강을 감춰주고 있는 셈이다.

"냉전이후 지속돼 온 유동성 붐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처럼 그도 유동성 붐이 꺼지게 되면 미국 달러화 자산 가치가 눈 녹듯 사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채권국 가운데 하나다. 중국 자체 금융시스템도 아직 취약하고 주가는 지나치게 많이 올라있다고 강조했다. 주가수익비율이 45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동성 위기가 아니더라도 중국 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달러화 매도가 시작되지 않더라도 달러화를 덜 사는 현상만 나타나도 유동성 붐이 꺼지게 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금리와 환율 흐름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두번 째 '기회이자 위기'는 세계의 자금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조금씩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밀물처럼 한꺼번에 몰려들 가능성이 있어 미리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으면 엉뚱한 대응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거나 아예 자금 유입을 막는 쇄국적인 정책을 쓸까 그는 걱정했다.

그의 눈에 한국은 이미 '사람'이 '집'보다 더 커진 상태다. 투자대상인 금융상품에 비해 금융자산이 더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 천문학적으로 커질 국민연금을 비롯해 은행처럼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농협 자금 등 실탄은 쌓여있는데 어떻게 이 자산을 불려야할 지 전략이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게 앞으로 2~3년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30년 동안 제조업으로 쌓아놓은 자산의 가치가 앉아서 줄어드느냐, 더욱 키워 세계 부국으로 올라가느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입니다"

'기회'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이 과거 제조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되던 '뉴욕 부동산'에 집중 투자했다가 30% 이상 날렸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제조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금융이 까먹은 탓도 있다.

그는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공격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며 포드자동차와 같이 헐값에 나오는 달러화 자산을 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들고 팔아야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어디에서 이뤄지든 이익이 한국으로 귀속되는 '리턴 포 코리아(Profit and Return for Korea)'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데이비드 전은 미국 콜롬비아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월가에서 15년 이상 투자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재미교포. 미국 유력 증권사 베어스턴스에서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담당하는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2002~2006년 헤지펀드인 디스커버리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 운용했다. 지난 해부터는 헤지펀드 2개를 운용하는 아틀라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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