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랜 1인 지배로 다져진 신한지주의 견고한 지배구조가 이참에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무엇보다 변함없는 '라응찬의 힘'이 최근의 변화들에 '상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한지주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이번 인사가 갖는 의미를 대략 3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다음은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관련한 외부 비판에 대한 대응이다. 신한지주는 자회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에 대부분 내부 출신 인사들만을 써왔다. 이는 신한 특유의 '팀웍'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됐지만 한편에선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경영진과 열린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같은 지배구조 하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보다는 내부 권력 투쟁이나 주주 관리 등에만 골몰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한가지 배경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급속한 변화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과, 해외진출, 잇따르고 있는 대형 M&A 등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선 어느때보다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신한지주 안팎에서는 지난 2005년 5월 최영휘 당시 사장의 전격 해임 이후 경영진급의 전략가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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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한 대표적인 유산이 경영진의 고령화다. 라 회장이 38년생, 나머지 1세대 경영진들이 모두 40년대생이다. 다음 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이재우 부사장(50년생), 서진원(51년생)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신한은행의 주요 부행장들도 대부분 50년대 초반 출생이다.
이는 같은 후발은행인 하나금융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43년생)과 윤교중 사장(44년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경영진들이 50년대 이후 출생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52년생이고, 지주사 이성규 부사장은 59년생, 상무급에는 60년생까지 있다. 하나은행 부행장들도 50년대 초반 출생 보다는 50년대 후반이나 60년대 출생이 더 많다.
이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웅변해줌과 동시에 신한지주의 지배구조가 한두번의 단발성 인사로 바뀔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말해준다.
여기에 최영휘씨 경질 때 경험했던 것처럼 '잘 나가던' 지주사 사장을 하루아침에 교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파워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의 변화들이 내외부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회성 시도에 그칠지,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도 역시 라 회장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들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누가 주도를 하고 있느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라 회장의 절대적인 힘은 오늘의 '신한'을 만들어냈지만 적지 않은 과제도 함께 양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