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폐쇄적 지배구조 달라질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5.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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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사 영입 등 변화조짐…"라회장 힘 여전, 이제 걸음마"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내부의 변화 바람이 심상찮다. 1세대 경영자에 속하는 한동우 신한생명 사장의 퇴진에 이어 지주사 전략담당 임원에 외부인사가 영입된다. 세대교체에 대한 신호가 확실해지고 라응찬 회장 '1인 파워'를 정점으로 한 폐쇄적인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랜 1인 지배로 다져진 신한지주의 견고한 지배구조가 이참에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무엇보다 변함없는 '라응찬의 힘'이 최근의 변화들에 '상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최근 최범수 한국개인신용 부사장을 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키로 하고 오는 28일 열리는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최 부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출신으로 국민, 주택은행 합병의 산파 역할을 했고 이후 합병 국민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냈다.

신한지주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이번 인사가 갖는 의미를 대략 3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우선 세대 교체의 의미다. 최근 있었던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 한동우 사장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51년생인 서진원 신한지주 부사장이 후임으로 임명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 사장은 1948년 생으로 신상훈 신한은행장(48년생),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1947년),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1948년) 등과 함께 1세대 경영진으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영입될 최 부사장은 56년생이다.

다음은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관련한 외부 비판에 대한 대응이다. 신한지주는 자회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에 대부분 내부 출신 인사들만을 써왔다. 이는 신한 특유의 '팀웍'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됐지만 한편에선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경영진과 열린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같은 지배구조 하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보다는 내부 권력 투쟁이나 주주 관리 등에만 골몰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한가지 배경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의 급속한 변화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과, 해외진출, 잇따르고 있는 대형 M&A 등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선 어느때보다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신한지주 안팎에서는 지난 2005년 5월 최영휘 당시 사장의 전격 해임 이후 경영진급의 전략가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신한지주 폐쇄적 지배구조 달라질까


이처럼 최근 단행되고 있는 인사들이 시대적인 요청을 신한지주가 수용해가는 모양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라 회장이 십수년간 '신한'의 최고경영자직을 수행하면서 '리딩뱅크' 시대를 여는 사이 한편에선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조직 깊숙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유산이 경영진의 고령화다. 라 회장이 38년생, 나머지 1세대 경영진들이 모두 40년대생이다. 다음 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이재우 부사장(50년생), 서진원(51년생)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 신한은행의 주요 부행장들도 대부분 50년대 초반 출생이다.



이는 같은 후발은행인 하나금융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43년생)과 윤교중 사장(44년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경영진들이 50년대 이후 출생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52년생이고, 지주사 이성규 부사장은 59년생, 상무급에는 60년생까지 있다. 하나은행 부행장들도 50년대 초반 출생 보다는 50년대 후반이나 60년대 출생이 더 많다.

이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웅변해줌과 동시에 신한지주의 지배구조가 한두번의 단발성 인사로 바뀔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말해준다.

여기에 최영휘씨 경질 때 경험했던 것처럼 '잘 나가던' 지주사 사장을 하루아침에 교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파워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의 변화들이 내외부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일회성 시도에 그칠지,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도 역시 라 회장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들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누가 주도를 하고 있느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라 회장의 절대적인 힘은 오늘의 '신한'을 만들어냈지만 적지 않은 과제도 함께 양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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