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회장님으로 만족하라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7.05.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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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후계자 아닌 후임자에게 기업미래 맡겨야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술집에서 맞았다는 둘째 아들 말에 부자가 가해자 색출에 나서서 폭력을 감행했다는 사건이다.
 
“조폭꺾고 법을 넘어 ‘황제’가 있었다”는 기사 제목도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하게 됐다. 김승연 회장은 창업자 부친의 사망으로 1981년 29세 나이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면서 누나와 동생과 그룹경영권 갈등을 겪었다. 그것이 직계 아들에 대한 ‘내리 사랑’에 집착하게 된 원인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그는 또 대한생명 인수에 따른 정계로비의혹 등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수사과정에서 김 회장 아들의 도피성 출국 사실을 숨겼다가 총수 아들을 감싸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한 달간 첩보를 깔고 뭉갠 경찰 당국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김 회장 둘째아들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차세대 CEO후보 반열에 있는 젊은이다. 기업이 열냥이라면 최고 경영자 CEO는 아홉냥이다. 그만큼 CEO의 언행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경영은 의사결정과 집행의 합(合)
 
피터드러커에 의하면 경영이란 경제적 성과달성을 위한 관리기능과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인 사회적 기능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핵심 인사인 CEO는 공인이다. CEO는 그 기업만의 지도자가 아니다.

말에는 시대의 철학이 담겨있다. 장사치, 장사꾼, 상인, 기업가, 사장, 대표이사, 최고 경영자, CEO. 돌이켜 보면 CEO라는 단어 뒤에는 이런 무수한 역사적 흔적이 담겨 있다.



백과 사전적 의미로 최고 경영자 CEO는 미국에서 처음 생긴 개념으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며 집행자다. 대외적으로는 기업을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이사회 결의를 집행하는 등 대표이사와 같은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 CEO는 한 기업에 보통 한 명이 있지만 복수 CEO를 두는 경우도 있다. 또 CEO가 이사회 회장을 겸하는 경우도 있으나 두 직책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CEO와 회장직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회장은 단지 이사회를 주재하는 권한만을 행사한다. 이에 반하여 CEO는 경영전반을 통괄한다. 따라서 기업경영에 관한 실권은 CEO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영을 이사회 결의와 집행의 합(合)으로 본다면 CEO를 최고 경영자로보다는 '최고 집행자'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사실 최고 경영자는 'CMO(Chief Management Officer)'가 아닌가.
 
◆후계자가 아닌 후임자에게 새 시대를 맡겨야
 
진정한 CEO가 되기 위해서는 그 만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이념, 그리고 검증된 지도력과 추진력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모든 권한이 CEO에 집중될 경우 독재형 경영구조가 나올 수가 있다.

따라서 CEO의 권한을 보충하고 견제하기 위해 CEO와 집행 임원들의 역할을 분담하여 경영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일례로 재무 책임자 CFO, 마케팅 책임자 CMO 등이 그것이다.


CEO라는 전문적 직업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한사람이 여러 계열사의 모든 경영을 챙길 수 없으므로 여러 명의 고용사장을 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독특한 경영문화가 지금까지는 오너적 CEO와 고용적CEO를 공존케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세계를 향해 더욱 문호를 개방하고 투명경영을 해야 하는 치열한 시장에서 젊은 3, 4세들의 검증없는 CEO승계 시도에는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무쌍한 21세기 미래에는 후계자란 없다. 후임자가 있을 뿐이다.

CCO(Chief Customer Officer)란 다소 생소한 직책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은 재벌 3세의 승계작업(?)도 어째 아슬아슬해 보인다. 누구든지 권한만큼 책임도 지고 또 적절한 임기를 채운 후 후계자가 아닌 후임자에게 새 시대를 맡긴다는 합의하에 순리를 따르는 게 어떨까?

또 상징적인 이사회 이사를 거쳐 경륜을 쌓은 후에 이사회 회장직 정도를 맡아보도록 연구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 황제적 폭력과 혈연적 집착에 따른 억지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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