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열쇠 쥔 박영선 의원 속내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4.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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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 및 금융투자회사법)의 '골키퍼'로 통하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자통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가로막는 대표적 인물로 알려졌지만, 정작 박 의원 측은 "자통법 자체에 반대하는게 아니다"고 말한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보완하고 가자"는게 박 의원 측의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법'(금산법)에서 보여줬던 '반(反) 삼성' 색채를 한층 강조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법안심사소위. 이혜훈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통법안의 회기 내 처리를 주장했지만, 박 의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맞섰다. '증권사 소액결제 허용' 문제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자통법안은 결국 6월 국회로 넘어갔다.

박 의원은 이전에도 자통법안에 담긴 '증권사-자산운용사 겸업 허용'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펼친 바 있다. 삼성 등 재벌계 대형 증권사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박 의원이 대표적인 '자통법 반대론자'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럼 박 의원이 자통법안의 처리를 막아선 진짜 이유는 뭘까?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증권시장 발전을 위해 자통법 제정이 필요하는데 동의한다"면서도 "무려 499개의 조문을 담은 방대한 내용의 제정법인 만큼 시간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고 보완하자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제정법은 한 조목씩 차례로 모두 심의하는 '축조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까지 재경위 소위에서 한차례도 토론이 없었는데, 이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의원 측은 자통법안의 문제로 크게 4가지를 지목했다.

첫째 증권사에 소액결제를 허용할 경우 결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제 수요가 증권업계 대표금융기관인 증권금융으로 쏠릴 경우 결제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다.

둘째 증권사-자산운용사 간 겸업을 허용할 경우 의도적으로 펀드의 매매 회전율을 높이는 등의 각종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셋째 규제를 기존 '열거주의'(포지티브) 체제에서 '포괄주의'(네거티브) 체제로 바꿀 경우 곳곳에 법의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넷째 증권거래법 등 현행 법들을 합치면서 은근슬쩍 바뀐 규정이 적지 않다고 박 의원 측은 주장했다. 이를 테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의 직원이 증권업계의 준법감시인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기간이 지금은 5년인데, 자통법안에서는 2년으로 짧아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예탁금의 100%를 증권금융 등에 안전자산으로 쌓아두도록 했기 때문에 결제 안정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사-자산운용사 간 겸업에 대해서도 '업무간 장벽'(파이어월)을 쌓도록 하고, 이해상충 행위시 형벌을 부과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포괄주의로 바뀔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한 검토를 마쳤다"며 "현행 법에서 달라지는 내용 역시 이미 다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법안인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주장은 타당하다"며 "그러나 자통법 통과를 막음으로써 '반 삼성'이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뜻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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