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위해 분명하게 '노'하라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2007.04.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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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의 경영 코칭]배려와 용기의 균형이 필요해

어느 자리에서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더니, 중년 여성 한 분이 손을 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바로, 간단한 그 말 한 마디를 못해서, 이십 년 동안 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뭡니까!" 좌중은 모두 허리를 잡으며 웃었다.
 
'노'라고 말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하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즉, 배려와 용기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상대방을 거스르는 게 두려워 내 생각을 굽혀버리는 태도. 이것은 '배려'는 지나친데 '용기'가 적은 것이다. 이런 태도는 '승-승'의 관계가 아니라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지는 '승-패'의 관계를 만들어 낸다.



문제는 이런 '승-패'의 관계는 장기적으로는 모두 지는 '패-패'의 관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며 져준 사람의 심정을 생각해보라. 그의 억눌렀던 욕구가 만들어내는 분노가 어디로 향하겠는가?
 
또 한 가지, '노'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열렬하게 '예스!' 하고 추구하는 대상이 있을 때 쉬워진다. 즉 자신의 방향이 분명할 때, 아닌 것도 분명해진다. 얼마 전에 좋은 책을 쓴 임원 분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 분의 말인즉, 늘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너무나 많은 일에 휘둘리면서 엄두를 못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간관리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고, 거기에서 그는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각해보니 그에게 소중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임원 역할에서 성공하는 것, 둘째, 좋은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기여하는 것, 셋째, 괜찮은 책을 쓰는 것.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자, 이 세 가지와 직접 관련 없는 일에는 '노!'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말 골프 약속은 즐기는 일이었지만 '노' 라고 말했다. 주중에 늘 있던 술자리에도 '당분간'이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의무적으로 맡았던 모임 총무 역할도 욕을 먹어 가며 정리해 버렸다.
 
그 대신 '소중한 세 가지'와 관련된 일은 더 열심히 했다. 회의 결정사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주말에 서점 가고 자료 정리하기, 아이들과 일대일 데이트하기 등등.
그랬더니 생활에 엑센트가 생긴 것처럼, 오히려 에너지가 더 나고 능률이 오르더라고 했다.

늘 묵직했던 '숙제를 미뤄놓고 있는' 느낌도 사라졌다. 그 결과는? 그는 1년이 되기 전에 책을 한 권 출판했고, 꾸준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나로 하여금 중요하지 않으면서 번잡하기만한 일에 '노!'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나의 진정한 '예스!'는 무엇인가? 그것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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