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마른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2007.04.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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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성공습관]제 때 하는 말 한마디의 힘

최적의 타이밍이 거둔 메시지 극대화의 사례로 정주영 회장의 500원권 지폐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1971년 9월에 정주영 당시 현대 그룹 회장이 현대 조선소의 설립 차관을 빌리러 영국에 갔을 때 영국 바클레이 은행 관계자들이 정중하게 정 회장에게 물었다.

당시 현대 조선소는 선박 조선 경험은 커녕, 조선소 설비도 전혀 없이 허허벌판인 부지만 확보했을 뿐인 상태였다.
 
"우리가 당신들의 무엇을 믿고 차관을 빌려 줄 수 있을까요?" 그 때 정 회장은 주머니에서 거북선이 도안되어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자랑스럽게 꺼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이 만든 거북선입니다. 이 철갑선을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드러낼 도구인 거북선을 얘기하려 했더니 마침 자기 주머니에 들어있던 돈이 떠올랐고, 그 돈에는 때마침 거북선이 그려져 있어, 순간 그 돈을 꺼내보이며 거북선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놀라운 순발력과 시의적절한 타이밍이 상대를 설득시킨 힘인 것이다. 아마 바클레이 은행 관계자는 거북선이 아니라 정주영 회장의 협상력에 감복해서 차관 결정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받은 차관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조선(造船)강국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조선소 설립 차관을 빌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한 500원권 지폐와 거북선 이야기는 곧이어 그리스 선단에 배를 팔 때도 다시 사용되어 효과를 봤다고 한다. 허허벌판인 부지 사진 한 장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에선 조선소 설립자금을 빌리고, 곧이어 선박제조회사로부터 도면 한 장을 빌리고, 그리고 그리스로 가서 배를 팔아서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배를 팔아치운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다.
 
메시지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타이밍을 못맞추면 곤란하다. 빅토르 위고가 말하길, '제 때를 만난 아이디어는 수만의 군대보다 막강하다'고 했다. 모든 일에는 다 제 때가 있다. 그것이 어울리는 타이밍이 있는 것이다.

상대에게 농담을 건네려는데, 알고봤더니 그때 상대의 기분이 안 좋을 때라면 어떤가. 상대가 몇끼를 굶어서 배가 고픈데 천하일미를 차려주겠다며 몇시간씩 요리준비를 한다면 어떨까. 모든 일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타이밍을 맞추면 보잘 것 없는 물건도, 사소한 말 한마디도 강력한 것이 된다.



목마른 자에겐 당장 마실 물 한잔이면 최고이고, 배고픈 자에겐 당장 먹을 빵 한조각이면 최고다. 상대가 필요한 것을 알아내어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제시해준다면 무엇이든 설득하지 못할게 있으랴.
 
성공의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눈치껏이다. 상황과 분위기, 상대를 봐가면서 시의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서 하는 것이 바로 눈치껏이다. 참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눈치껏이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것이 바로 눈치껏 하는 자질이다.

눈치는 경험에서 나온다. 즉 많은 대화의 자리와 대인관계의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눈치이다. 따라서 성공의 언어를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다양한 대화 경험도 좋은 밑천이 된다. 상황을 읽는 눈, 즉 눈치는 경험과 관심에서 비롯된다. 많이 경험하고, 또 관심가지고 많이 지켜보다보면 눈치는 더욱 날카롭게 날이 세워질 것이다.
 
개인적 대화에서도 타이밍을 잘못 맞추는 사람은 늘 뒷북 친다는 얘길 듣게 된다. 같은 말이라도 타이밍을 잘 맞추면 영웅이 되고, 잘못 맞추면 역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말의 타이밍이다. 특히 협상에서의 타이밍은 협상의 판도를 좌우할 만큼의 중요성을 가진다.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에 의해 타이밍을 조절하던가, 아니면 고도의 순발력으로 타이밍을 조절하던가 해야 한다. 전자는 보다 안정적이고, 후자는 보다 위험부담이 있다. 비즈니스에서 타이밍은 순발력에 의존할게 아니라, 전략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계산이어야 한다.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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