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갈팡질팡 '위피폰' 해법은

윤미경 기자 2007.03.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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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없는 영상폰'..무선인터넷 육성 vs 소비자선택권 확대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 시장에서 위피 없는 휴대폰의 시판을 허용할지, 말지를 놓고 정보통신부가 수개월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가 없는 휴대폰의 시판을 허용하자니 '위피'가 울고,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판매를 못하게 막자니 '소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정통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이번에는 이른바 '깡통 위피'가 출몰해서 정통부를 괴롭히고 있다. KTF가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을 뺀 HSDPA 휴대폰인 'LG KH-1200'의 대리점 입고를 마치고, 정통부의 시판허용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위피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라는 말그대로 휴대폰에서 접속할 수 있는 준(june)이나 핌(fimm)같은 무선인터넷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KTF가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없는 '무늬만 위피'를 휴대폰에 굳이 탑재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KTF와 KT아이컴의 합병인가조건 세부이행계획에 '2004년 12월 이후 출시하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위피없는 휴대폰을 출시하면 합병인가조건 이행계획을 위반하는 것이 되니, KTF는 '무늬만 위피'인 휴대폰을 HSDPA 전략단말기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정통부는 HSDPA 이동전화 시장에서 '위피' 탑재 의무를 그대로 고수해 무선인터넷 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냐, '위피'없는 휴대폰의 출시를 허용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줘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란 쉽지않아 보인다.

위피가 탑재된 휴대폰과 그렇지 않은 휴대폰의 가격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위피' 탑재 의무화로 소비자들에게서 값싼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이 역시 '소비자 후생증대'라는 정책목표를 내걸고 있는 정통부 입장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쌓아올린 '위피'라는 공든 탑을 한순간 무너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휴대폰의 위피 의무탑재화 이후 국내 무선인터넷 관련시장은 급속히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기업 대부분 IT중소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이다.


실제로 휴대폰에 '위피 탑재 의무화' 조건이 풀리게 되면, 토종 무선인터넷 솔루션의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기반마저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내 무선인터넷업체들이 정통부에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를 반대하는 건의문을 잇따라 제출한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어쩌면 이 모든 걱정이 지나친 '호들갑'일 수 있다. SK텔레콤과 KTF 모두 HSDPA 휴대폰에 대한 보조금을 최대 30만원대까지 지급하고 있어서, 현재 시판중인 웬만한 HSDPA폰은 초저가 구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출고가가 10만원대인 '싸구려'폰을 선호할까 싶다. 또, 무선인터넷조차 필요없는 가입자가 HSDPA 영상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의문이다. HSDPA 저가폰에 대한 시장반응이 의외로 냉담할 수 있음이다.

이처럼 '위피없는 휴대폰'에 따른 시장 부작용은 '쓸데없는 걱정'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KTF나 SK텔레콤은 지금 당장 '위피없는 휴대폰'을 내놓을 수 없다. '깡통 위피'도 마찬가지다. KTF와 KTF아이컴 그리고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인가조건에 '위피 탑재 의무화' 규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위법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통부가 위피없는 휴대폰 출시를 허용하려면, 우선 '허가조건'부터 고쳐야 한다.

아울러 위피없는 휴대폰 출시의 허용범위를 HSDPA 시장에 제한시켜서도 곤란하다. 소비자 선택권은 HSDPA 가입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전체 이통가입자의 99.9%를 차지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가입자 역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나아가 '위피'는 더 이상 찬밥신세가 되지 않도록 기술진화를 모색해야 한다. 모쪼록 이번 논란을 잠재울만한 정통부의 현명한 '해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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