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의 세계정복 비결은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7.03.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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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기술을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루터의 종교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455년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 기술 때문이다. 그 전에 영국의 존 위클리프, 보헤미아의 존 후스 등이 주창한 개혁도 민중의 지지를 받았지만 구전되는 것 이상으로 확산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1517 년 10월 31 일 루터가 독일의 조그만 시골 교회 정문에 95개 조항을 내걸었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루터는 오직 교회 내에서 전통적인 신학토론을 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루터의 동의 없이 95개 조항은 즉각 인쇄되어 독일 전역에 무료로 배포되었고 전 유럽으로 퍼진 것이다. 이처럼 기술은 세상을 바꾼다.
 
제임스 와트(1736-1819)가 개발한 증기기관 역시 세상을 바꾼 사건이다. 처음에 증기기관은 석탄 갱도에서 물을 퍼내는 용도로 개발되었고 와트는 죽을 때까지 그 용도 외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동업자 매튜 볼턴(1728-1809)이 이를 개량해 면방적과 방직에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0년 만에 면방 가격은 70%나 하락했고 산업혁명이 가속화 됐다.
 
이처럼 기술은 세상을 바꾼다. 기술을 가진 개인과 조직은 세계를 지배하고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는 지배를 받는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생산 기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GM을 비롯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가 이 곳에 많이 있다. 오래 전 GM 사라고자 공장을 방문한 후 관련자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경치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나같은 사람에게 그곳은 천국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엔지니어는 한숨을 쉬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스페인은 생산기지만 있을 뿐 핵심기술이 없습니다.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 역시 제대로 대접을 못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 역할을 주로 합니다. 우리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지도 않고 주도권을 쥐지도 못합니다.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잘 살기는 힘들겁니다."
 
기술을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기술을 가진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칭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한 이유 역시 기술적 우위 때문이었다. 그들은 많은 신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은 전력의 우위를 가져왔다. 이동이 쉽고 전쟁에서 유리한 가볍지만 강한 갑옷, 오래 앉아도 괜찮은 나무 안장, 타고 내리기 편한 등자,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새로운 활과 삼각철 화살, 쉽게 벤 후 빼기가 용이한 반달형 칼 등이 그것이다.
 
그는 기술자를 우대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면서 적군으로부터도 기꺼이 배우려 노력했고 그들의 기술도 좋다면 과감하게 사용하는 열린 마음을 가졌다. 희한하게 몽고가 망한 이유 역시 그의 후손들이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새롭게 등장한 총의 잠재력을 무시했던 것이다. 당시 총은 사용하기 불편하여 전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총알 집어넣고, 화약 쑤셔넣고, 불 붙이고 하는 과정이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다. 그들은 총의 잠재력을 무시하고 연구를 게을리 한 결과 총의 선진화에 성공한 서양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기술에 대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느냐는 국가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로켓 전문가이자 현재 인도 대통령인 압둘 칼람은 기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기술은 과학과 달리 집단 활동입니다. 기술은 개인의 지적 능력보다는 상호 작용하는 다수의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인도가 짧은 기간에 다섯 가지 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한 사실보다 뛰어난 과학 기술자 집단을 탄생시킨 것이 더 기쁩니다. 내가 한 일은 젊은이들이 팀을 이뤄 자신의 사명에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뿐입니다."

인도가 새롭게 부상하는 이유는 바로 기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는 지도자 때문이다.
 
반면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나요, 기술이란 것은 돈만 주면 언제나 사 올 수 있는 겁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던 재벌 총수가 있었다. 물론 그 회사는 지금 망하고 없다. 개인이, 기업이, 국가가 기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기술자를 어떻게 대접하고 있느냐에 개인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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