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정통부 'KT감싸기' 과하다

윤미경 기자 2007.02.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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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재판매 허용하는 엉성한 법-제도 정비해야

KT의 무선재판매 실타래가 다시 엉키고 있다.

LG텔레콤이 통신위원회에 KT 무선재판매 사업등록을 취소하거나 조직분리를 해야 한다는 신고서를 제출하던 날, KT는 정통부에 3세대(3G) 무선재판매 사업등록을 했다. KT 무선재판매 문제는 지난 몇년동안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는 점에서 이번 KT의 3G 시장합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같지 않다.

2년전 KT 재판매 문제로 떠들썩했을 때, KT는 '소낙비를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2007년까지 시장점유율 6.2% 동결을 선언하며 이슈를 잠재운 바 있다. 그런 KT가 굳이 이 시점에 3G 재판매 등록을 한 것은, 미뤄 짐작컨데 3월부터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로 '쇼(SHOW)'를 시작하려는 KTF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인 것같다.



그러나 KT의 무선재판매 사업은 자격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기간통신인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국내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KT가 굳이 별정사업인 무선재판매 사업까지 벌인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특히 다른 재판매 업체와 달리, KT가 재판매로 연간 1조원씩 벌고 있다는 사실은 KT와 KTF가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격성 시비 외에도 KT 무선재판매 사업은 사원강제할당, 역무간 부당내부거래 의혹을 일으킨 바 있다. 규제당국에 적발된 불법행위도 이통사 못지않을 정도였다. 재판매 사업자 가운데 불법행위가 적발돼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낸 곳도 KT가 유일하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이같은 부작용을 지적하며 KT 무선재판매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KT의 무선재판매 사업은 '합법'이다. 정통부가 재판매를 못하도록 규제할 수 없다. '별정통신' 역무 자체가 아무런 조건없이 등록만 하면 사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설령, 그것이 기간통신사업자라고 해도 말이다.

지난 2005년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적이 있다. 당시 김낙순 의원은 KT 무선재판매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조직분리'를 주장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기간통신사업자의 별정사업 진출은 등록제가 아닌 장관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란의 내용도 그대로이고, 법도 그대로다.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업체들이 여전히 이 문제로 홍역을 앓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로 인해 정통부의 '정책 형평성'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와이브로는 가입자 500만명을 넘어야 재판매가 허용된다. 반면 3G 이통시장은 그런 기준이 전혀 없다. 와이브로 재판매 기준을 가입자 500만명이라고 설정한 근거가 투자비 보호 차원이라고 치자. 3G 시장을 위해 SK텔레콤과 KTF가 쏟아부은 비용은 무려 3조~4조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출연금만 각각 1조3000원이다.

이에 비하면 와이브로 투자비는 절반도 못미친다. 게다가 LG텔레콤은 연말에나 3G 서비스가 가능한데, 3G에 한푼도 투자하지 않은 KT가 재판매로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길을 먼저 열어준 것을 '법때문에'라고 설명하면 너무 궁색하다. 그러니 정통부가 KT를 감싸고 있다는 불평이 나온다.

상용화 7개월동안 가입자가 1000명에 불과한 KT의 와이브로 서비스가 HSDPA 재판매로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KT 입장에선 와이브로가 됐건 HSDPA가 됐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면 그뿐이다. KT가 보완재로 와이브로와 HSDPA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두 서비스가 '시장 잠식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별정통신'은 애시당초 엉성하게 마련됐다. 이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는 비단 KT 무선재판매뿐 아니다. 케이블TV업체들의 인터넷전화(VoIP) 사업 역시도 '별정통신'을 악용해 시장혼탁을 일으키고 있다. 시작부터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제도의 역할인데,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는 셈이다. 더 늦기전에, 관계당국은 시장에서 불공정게임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엉성한 법과 제도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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