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7.02.2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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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성공학]서른 두번째 글..'라디오 스타'

1. 어느 음악회에서 들은 이야기다. 국악인 김영동님의 '산행'이라는 곡이 있다. 김영동님은 이 곡의 악상을 법정 스님과의 만남에서 떠올렸다고 한다. 김영동님이 송광사로 찾아가 법정 스님을 만나고 돌아가는데, 스님이 산길을 따라 배웅을 나왔다.

김영동님은 이별이 아쉬워 스님이 되돌아가는 산길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런데 스님은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왔던 길을 올라갔단다. 닿은 인연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 인연이 만든 추억에 연연하지 않는 스님의 모습과 산길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져 멋진 음악이 탄생했던 것.



아함경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린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그러므로 오늘 일을 흔들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아마도 법정 스님은 이 가르침이 몸에 배인 분인 듯 하다. 참 존경스럽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집착한다. 특히 현실이 비참하면 할수록 과거를 그리워하며 과거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억은 되돌릴 수 없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오늘의 슬픔 가운데 가장 비참한 것은 어제의 기쁨에 관한 추억이다." 칼릴 지브란의 말이다.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2.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인공 최곤(박중훈 분)은 과거를 먹고 사는 인물이다. 그의 인생을 지배하는 단어는 '88년도 가수왕' 뿐이다.

하지만 그 놈의 인기란 건 부질없다. 어디 인기 뿐이겠는가. 사는 게 다 그렇지. 지금 최곤의 현실은 미사리에서 애인을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며 단돈 몇 만원으로 앵콜을 요구하는 사내와 주먹다짐을 벌이는 신세다. 한심하기 그지 없다.

과거의 영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 철없는 최곤을 변함없이 지켜주는 건 20년 지기이자 매니저인 박민수 뿐이다.


박민수는 최곤과는 정반대다. 항상 현실에 충실하게 임한다. 최곤이 저지른 폭행사건의 합의금을 물어주기 위해 영월 방송국의 DJ를 맡아야 한다는 조건까지도 수락한다. 댓발이나 튀어나온 최곤의 입.

박민수는 시골에 내려와서도 최선을 다한다. 최곤의 라디오방송을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플래카드를 내걸며 이런저런 마케팅에 열심이다. 이런 박민수의 열성은 아웅다웅 다투는 방송국 관계자들과 최곤을 점차 움직이고, 덕분에 최곤의 인기는 영월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명상가 라즈니쉬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라. 단지 현재에 살라. 그러면 모든 과거도 모든 미래도 그대의 것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은 과연 어디에 살고 있는가. '왕년엔 나도 말이지…"라는 말을 달고 있는가. 아니면 "나도 언젠가는 어쩌고 저쩌고"라며 주위에 허풍을 치고 있나. 가장 아껴야 할 시간은 영원히 정지한 과거도, 다가오길 주저하는 미래도 아니다. 화살처럼 날아가는 바로 지금 이 시간이다.

3.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이 영화 최고의 명 대사로 박민수가 최곤에게 천문대에서 함께 별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최곤은 또 자신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홀연히 떠난 박민수에게 라디오를 통해 애타게 외친다.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며. 와서 좀 비쳐주라."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건방지게 굴면 "지들이 혼자서 이만큼 큰 줄 알지"라며 속상해하신다. 맞다. 저 혼자 알아서 크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부모님들의 물심양면에 걸친 헌신이 없다면 온전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잘나서 큰 줄 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머리 굵어지고 한참 지나서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세르반테스는 "인간이 범하는 가장 큰 죄는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라 했다. 필자도 큰 죄를 지었던 셈이다.

부모님 뿐 아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으며 살고 있다. "받은 상처는 모래에다 쓰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겨라."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이다. 이 가르침처럼 항상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행복도 사랑도 모두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우린 감사의 말을 하는데는 인색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을 비쳐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해보자. 진심을 가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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