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삼성의 비효율, SK의 효율

머니투데이 성화용 산업부 부장대우 2007.01.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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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삼성의 비효율, SK의 효율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삼성의 심각한 '비효율'을 다시 발견하고 말았다. 그 중심에 이재용 상무(삼성전자)가 있다. 곧 있을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그가 승진할 것인지를 놓고 오래 전부터 말들이 많았다. 이회장은 최근 "가능성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가전박람회(CES)에 참석중인 이 상무는 요즘 매스컴에 자주 증장하고 있다. 나설 때가 됐으니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작년에도 승진 케이스 였지만 승진을 미뤘다고 한다. 이상무는 공식 직함 '상무'지만 삼성 내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그룹 총수 후계자'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인물이다. 그렇다면 검증과 승계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 이회장이 건재할 때 이상무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세상에 '절대'는 없다. 그렇게 바통을 이어받아야 위험이 줄어든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실패한다면 그 때 자연스럽게 대안이 얘기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삼성은 눈치만 봤다. 대선자금 문제에 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이 겹치고 지분 승계과정의 법적 논란이 이어졌다. 이회장은 여러 달 해외에 머물러야 했다. 이상무는 스스로를 감추며 지냈다. 사회공헌과 헌납을 결정하고 나서도 한동안 여론의 추이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오너 경영의 축을 세우는 건 수조원, 수십조원 짜리 투자 프로젝트 보다 훨씬 중요하다. 삼성은 이 핵심 경영 이슈를 덮어둬야 했다. 이 제약이 삼성의 경영 전반에 역동성을 떨어뜨린 느낌이다.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한 건 삼성의 저력이지만 그 잉여에 기대 뭔가 더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이 조용하게 지낸 최근 2년여 동안 SK그룹은 오너경영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최근 한국의 메이저급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활기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사건,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말끔히 제거했다.

SK㈜는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본사 사옥을 파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천정유를 인수했다. 오너만이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었다. SK그룹 계열사 전체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힘을 쏟고 있다. 최회장은 '글로벌리티'를 머리띠로 두른 채 SK를 세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SK맨들이 '최태원 방식'에 동의하고 있다. 젊은 간부들이 회장을 신뢰하며 따른다. 최회장은 자신감이 커진 만큼 자신을 낮추는 방식에도 익숙해졌다. SK는 사외이사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다. 강화된 오너십이 오히려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었다. '효율'은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삼성의 비효율과 SK의 효율은 이렇게 시기와 모티브가 겹친다. 물론 두 기업이 우리 사회와 주고 받은 수입·지출을 세밀하게 따져보면 더 많은 얘깃거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두 기업을 통해 오너경영의 실체가 재확인된다는 점이다. 삼성은 우리 사회와의 합의 또는 화해에 너무 긴 시간을 보냈다. 반면 SK는 의도와 무관하게 일찍 승부를 봤다. 현재 시점에서 에너지의 집약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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