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R&D센터, 왜 한국으로 오나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6.10.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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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검색기업인 구글이 10일 한국에 R&D센터 설립계획을 발표하면서 배경과 그에 따른 국가적 손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SK커뮤니케이션 등 대형포털 위주로 재편된 국내 인터넷 산업지형 및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구글은 1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내 R&D센터를 정식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와함께 구글은 그동안 미진했던 국내지사 설립도 이번 R&D센터 설립과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R&D센터 설립 왜?=이날 방한한 앨런유스타스 구글 수석 부사장은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R&D센터 설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글의 한국R&D센터 설립이 단순히 한국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 인터넷 시장공략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 국내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즉, 한국이 다른 아시아권에 비해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 등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데다, 현재 한류문화가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으로 전파되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잘 활용할 경우, 충분히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구글이 지난해부터 한국 지사설립에는 소극적이면서 세계 최초로 무가지 광고를 하거나, 현지어 블로그 서비스를 한국에서 첫 시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IT컬럼니스트 김중태씨는 "마켓 사이즈를 고려하면 한국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신 아시아권을 겨냥한 기획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 시연하는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한국투자를 결정적 배경은 또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게런티한 최소투자금액은 2년간 1000만 달러. 이를 대부분 한국내 유수개발인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구글측의 설명이다. 이 정도 게런티 금액이라면 구글 입장에선 설령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구글의 한국투자계획에 대한 국내 인터넷 업계의 반응은 일단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우선적으로 글로벌 메이커인 구글이 한국에 본격 상륙하면서 전반적으로 인터넷 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긍정적인 평가다.

NHN 관계자는 "인터넷 산업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끌어모으는 한편,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인터넷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적잖은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구글이 비록 사무소 형태였지만, 이미 한국 서비스에 나서왔음에도 점유율 5% 미만에 못미쳐온 그간의 시장 정세와 맞물려 있다. 막상 지사가 설립된다손 치더라도 이미 한국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입지를 뒤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돼 주고 있다.

반면 이번에 구글 R&D센터가 한국에 설립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개발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암암리에 미국 구글 본사로 이직한 한국 개발인력들이 적어도 100여명이 넘을 것이란 게 공공연한 비밀. 여기에 구글이 한국R&D센터를 설립해 정식 직원 채용에 나설 경우, 적잖은 고급 인력들이 구글로 흡수될 것이란 게 일각의 우려다. 실제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을 제외한 중소 인터넷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은 국내 R&D센터에만 최대 150여명의 국내인력을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R&D센터 유치로 인한 기대효과도 아직은 미지수다. 산업자원부 장관이 직접 미 본사를 방문해 유치설득을 나선데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노렸던 것이 고작 1000만달러의 투자금액은 아니기 때문. 구글의 R&D센터 유치를 통해 한국 IT업계에 기술적 수혜를 얻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구글의 우수기술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이전될 것이란 것.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글의 명확한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준영 트레이스존 웹컨설던트 사장은 "실제로 구글이 한국을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업계에 큰 도움이 될만한 어떤 변화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볼때 구글 R&D센터 근무자들이 다시 한국에 복귀할 경우, 간접적인 기술효과는 볼 수 있지만, 이같은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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