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2006.10.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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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를 비롯하여 국제상품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상품가격의 하락폭이 점차 커지면서 경기에 대한 Proxy로서 경기둔화의 징후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사는 국제상품가격이 과도하게 Overshooting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추세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즉, 경기둔화의 징후가 아닌 정상적인 가격흐름으로의 복귀이며, 단기적으로 Cost측면에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판단한다. 2000년 이후 국제유가는(WTI) 132%의 누적상승률을 기록하였다. KOSPI가 64% 상승하고 전세계 주식시장이 4% 남짓 상승한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상승흐름이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국제상품가격을 보는 관점은 '경기 Proxy'로서 경기확장국면의 진입에 따라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경기순환론적인 접근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도 중요한 변수이다. 즉, 달러화 가치의 변화에 따라 글로벌유동성이 이동하면서 여타 시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1980년대 중반 일본시장의 강세와 1990년대 중반 Emerging Market의 강세, 그리고 2002년 이후 달러화 약세기에 국제상품시장이 강세를 보여 달러화 가치변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이동이 특정시장의 추세적 상승세를 이끈 측면도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순환론 측면에서 볼 때 국제상품가격은 경기Proxy로서 인식되지만 실제 2000년 이후 경기와 상관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CRB지수와 OECD경기선행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19로 무상관 수준).

이는 국제상품가격이 선행성을 띤다는 측면과 동기간 국제상품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국제상품가격간의 상관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KOSPI와 CRB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86) 경기에 대해 선행성이 있는 두 시장(주식시장과 국제상품시장)간에는 동조화 흐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한편 국제상품시장의 가격흐름을 좌우는 상품은 국제유가, 금, 구리 등인데 최근 이들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으로 인하여 주식시장과의 상관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03년 이후 KOSPI와 상관계수를 0.5이상수준에서 유지해오던 CRB지수가 지난 6월 이후 무상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그동안 상관성이 높았던 국제유가와 금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KOSPI와의 상관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실제 국제상품가격이 한국 및 미국의 주식시장과 기업들의 이익모멘텀에 영향을 주는 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CRB지수와 한국주식시장(MSCI Korea지수)은 동조화 흐름이 매우 강하지만(상관계수 0.88) 미국시장(MSCI US지수)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상관계수 0.13)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이익모멘텀과 CRB지수의 상관도는 거의 없는(-0.12) 반면, 미국시장의 이익모멘텀과는 일정부분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0.44) 조사되었다. 이는 국제상품가격이 한국시장의 이익모멘텀과 동조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주가지수와는 동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으로, 국제상품가격의 상승이 Cost라는 측면에서 기업이익에 대해서는 부정적 혹은 중립적으로 작용한 반면, 경기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주가지수 상승세에 기여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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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제상품가격과 소재업종과의 상관도를 보면, CRB지수가 한국의 MSCI 소재업종 이익모멘텀과는 거의 무상관인(0.05)반면 한국 소재업종지수와는 거의 정의 상관관계를(0.85) 보였다. 이는 국제상품가격상승이 소재업종의 주가에는 동시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소재업종의 이익모멘텀 개선에는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경기흐름(OECD경기선행지수)은 이익모멘텀과 주가지수에 대해 대체로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소재업종의 이익모멘텀과 주가지수에 대해서도 유사한 상관성을 보였다.

결국 경기흐름과 기업의 이익모멘텀 및 주가지수는 상관성을 가지고 동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제상품가격상승은 기업의 이익모멘텀 증가와는 무관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즉, 국제상품 가격상승은 Micro한 측면에서 이익모멘텀의 증가에는 상반된 방향성을 가지지만, Macro한 측면에서 주식시장 상승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최근 주식시장에서 관심의 초점은 동조화 현상을 보여온 국제상품가격과 주가지수간의 차별적 현상이 얼마나그리고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이는 결국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이 적정수준에서의 Cost축소인지? 혹은 경기둔화의 시그널인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최근(2006년 8월 이후)과 같은 국제상품가격과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경우가 이미 2001년 말(A국면)과 2003년 초(B국면)에도 있었다. A국면(2001년 10~12월)의 경우 국제유가가 37%하락하는 동안 KOSPI는 60.5%상승하였다. 당시에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이익모멘텀이 가파르게 증가하던 시기였다. 금리와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제상품가격마저 하락하여 Cost적인 혜택까지 경기확장국면에 가세된 시기였다.

B국면(2003년 3~5월)은 국제유가가 32%하락하는 동안 주가는 25%상승하였다. 증시주변환경은 A국면과 상반된 경우로서 기업의 이익모멘텀이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원/달러환율은 가파르게 절상되기 시작하여 1,200원선이 붕괴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속되던 경기하강기조가 반전되면서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세가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주가상승에 견인차역할을 하였다.

현재 국면은(2006년 8월 이후) 국제유가가 21%하락한 반면 주가는 7%상승한 상황이다. 증시환경측면에서는 앞의 두 경우 중 B국면과 유사하다. 즉, 비록 기업의 이익모멘텀이 감소하고 있고, 원/달러환율이 950선이 붕괴되어 다소 부정적인 증시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그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속도가 둔화되고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 가능성과 국제상품가격추세와 주식시장의 엇갈린 방향성이 3개월 이상 진행된 적이 없다는 점 등으로 10월 이후에 다시 동조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현재 국제상품시장의 하락세는 수년간 발생했던 Overshooting의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국제유가(WTI)의 경우 2001년 말 $18에서 5년이 안되는 기간에 $77로 4.3배가 올랐다. 이 과정에서 Overshooting과 균형점으로의 회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국면도 정상적인 추세로의 복귀과정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국제상품가격(CRB지수)의 수익률(4주간 누적수익률) 분포를 보면, 평균적으로 0.7%상승하였다. 최근 국제상품시장의 하락세는 -4.4%로 하위 5%수준 안에 드는 매우 가파른 하락세였다. CRB지수의 변동성밴드를 보더라도 평균적인 가격흐름의 +2σ수준을 넘었던 국제상품가격이 다시 평균적인 가격흐름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국제유가(WTI)의 가격흐름도 2005년 이후 회귀선을 크게 벗어났던 가격흐름이 다시 회귀선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현 국면을 Overshooting의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라고 볼 때, 조만간 국제상품시장은 평균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거품 걷힌 상품가격, 주식시장에 긍정적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세를 기업의 Earnings개선을 돕는 Cost측면으로 이해를 할 것인지, 경기Proxy로서 경기둔화의 시그널로 이해할 것인지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해야겠지만, 적어도 지난 2000년 이후 발생하였던 국제상품시장의 하락추세는 Cost측면에서 기업의 Earnings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최근의 하락세가 지나친 Overshooting을 보정하는 경향이 강해서 경기둔화 시그널보다는 기업의 Earnings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국제상품가격의 하락세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조만간 정상적인 균형수준에서 가격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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