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하나TV'의 얌체 상혼

윤미경 기자 2006.09.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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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파워콤서 빌린망으로 협의없이 유료서비스..피해 소비자몫

'하나TV'를 놓고 하나로텔레콤과 LG파워콤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PC가 아닌 TV를 통해서 주문자선택방식(VOD)으로 시청할 수 있는 '하나TV'는 하나로텔레콤에서 지난 7월 24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40여일만에 가입자도 4만명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잘 나가듯 보였던 '하나TV'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LG파워콤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최근 LG파워콤은 하나로텔레콤에 빌려준 임대망에서 '하나TV'를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차단해버렸다. 하나로텔레콤이 망임대계약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LG파워콤 가입자망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22만명에 이르는 하나로텔레콤 가입자들은 '하나TV'를 볼 수 없다.



'하나TV'를 차단한 LG파워콤의 입장은 명확하다. 두 회사간의 망임대계약서에 유료부가서비스에 대한 이용대가는 상호 협의해서 진행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 하나로가 유료부가서비스인 '하나TV'를 사전협의없이 임의로 서비스를 했기 때문에 차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망이용대가를 추가 지불하면 매듭될 것같은 두 회사간의 갈등은 왠지 그다지 쉽게 풀릴 것같지 않다. LG파워콤은 가입자당 회선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하나로텔레콤은 그 제안을 수용하기 싫은 눈치가 역력하다. 하나로는 계속 볼멘소리다. 곰TV나 포털의 동영상 콘텐츠는 추가로 이용대가를 받지않으면서 왜 하나TV만 받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나로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곰TV와 하나TV는 차이가 많다. 곰TV는 PC를 끄면 볼 수 없는 PC전용 동영상 콘텐츠지만 하나TV는 PC를 꺼도 TV에서 언제나 시청할 수 있는 TV전용 동영상 콘텐츠다. 하나TV는 PC사용과 무관하게 트래픽을 유발시킨다. 마치 6차선 도로에 2개차선을 항상 점유하고 있는 것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 곰TV는 무료지만 하나TV는 유료다. '유료부가서비스일 경우 이용대가를 협의한다'는 계약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하나로와 LG파워콤이 망이용대가를 원만하게 매듭지었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에 대해 "KT의 메가패스 가입자나 LG파워콤의 엑스피드 가입자 등 하나포스 가입자가 아니어도 하나TV를 볼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보통은 메가패스 부가서비스는 매가패스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사 가입자를 위한 부가서비스를 내놓기 마련인데, 하나TV는 처음부터 타사 가입자까지 염두에 두고 시작한 '얌체성' 서비스다. 그런데도 KT나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업체들과 상호 망접속에 대해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

남의 집 수저를 빌려도 양해를 구하는 법인데, 남의 망을 양해없이 무단으로 이용하겠다는 하나로의 발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이런 행동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하나로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놓지 않고, 초고속인터넷 브랜드와 상관없이 '하나TV'를 볼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은 '과대광고' 아닌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남는다.


게다가 동영상 등 무거운 콘텐츠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해킹과 바이러스같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마당에 네트워크 중립성까지 운운한다는 것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주장이다. 책임을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하나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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