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 파워콤의 이상한 '질주'

윤미경 기자 2006.05.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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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어선 과열 마케팅 자제해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하나로텔레콤과 파워콤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가 6배나 벌어져있는 두 회사가 '넘버2'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게 아이러니하지만, 파워콤의 공세에 하나로텔레콤이 맥을 못추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공개한 4월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시장규모는1254만9000명으로 3월말보다 9만명 정도 늘어났다. 한달 사이에 하나로텔레콤 가입자는 고작 7300명 늘어난 반면 파워콤은 7만7700명이 늘었다. 순증가입자 차이가 무려 10배에 이른다. 357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하나로가 55만명 가입자를 가진 파워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개월째 가입자가 빠져나갔던 하나로 입장에선 4월 가입자가 늘어난 것만도 감지덕지할 지경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출한지 겨우 8개월밖에 안된 파워콤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이 신경을 곧추세우는 까닭은 또 있다. 파워콤이 가진 망(네트워크)의 우월성 때문이다. 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소매업에 진출하기 이전, 하나로텔레콤이나 두루넷같은 소매업을 하는 기업에게 망을 빌려주는 기업이었다. 때문에 하나로와 올 1월 합병한 두루넷은 아직도 상당지역의 가입자망을 파워콤에서 빌려쓰고 있는 형편이다. 하나로는 이 망을 독자망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투자비 한계로 상당기간 파워콤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뒤늦게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빠져나가는 가입자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이 비해 파워콤의 입장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초고속인터넷 소매업 진출 8개월만에 가입자가 50만명 고지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9월쯤이면 100만 고지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초, 연말까지 100만 가입자 목표를 설정했다가, 목표달성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말까지 가입자 목표치를 130만으로 올려잡았다. 내년 연말까지 목표는 200만명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규모가 매달 100만명, 200만명씩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파워콤 가입자가 이처럼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사 가입자는 빠져나간다는 의미 아닌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이미 포화됐고 가입자가 정체된 마당에, 파워콤이 연말까지 현재보다 가입자를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마케팅 혈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하나로뿐만 아니라 KT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기업간의 경쟁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도를 넘는 과당경쟁은 오히려 소비자 피해만 낳는다. 지금까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파워콤이 보여준 경쟁방식은 경쟁의 본 궤도에서 정정당당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파워콤에 가입하면 현금 '9만원'을 돌려주는 것이나, 경쟁사 가입자를 뺏기 위해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고 경품을 주는 행위는 모두 이용약관에 위반되는 것으로 안다. 그렇게 끌어모은 55만명 아닌가.

그것도 모자라, 연말까지 130만명을 채우기 위해 LG그룹 임직원 전체가 나섰다는 소리가 들린다. LG그룹 계열인 파워콤이 LG그룹 임직원을 통해 파워콤 가입자 확보작전을 벌이는 것은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강제할당'이라면 말이 다르다. 물론 파워콤과 LG그룹은 '직원들의 자발'이라고 우길 것이다. LG그룹은 과거 이동전화 번호이동을 할 때도 전 그룹직원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며 가입자 할당을 시킨 전례도 있거니와, 자발적이라고 하기엔 직원들의 가입권유 압박과 호소가 지나치다 할 정도다.


강제할당은 엄연히 위법일 뿐만 아니라 전체 가입자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에서 벗어나 편법과 탈법 등을 동원해 비정상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잡음'이 없어야 본원적 서비스 경쟁이 가능해진다. 옛말에 '가꾸지 않는 곡식 잘되는 법이 없다'고 했다. 기름진 벌판에서 곡식이 잘되듯, 초고속인터넷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거침없이 질주하는 파워콤의 행보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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