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기업도 동안(童顔)이 되어야 한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2006.05.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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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첫 등교하던 날,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벌써 이렇게 컸나? 장가가도 되겠구먼” 그 때 모습이 어머님의 입장에서는 무척 어른스럽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요즘은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말이 자칫 결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젊어보이는 것, 이른바 동안(童顔)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든든해 보이는 어른스러움 대신 사회적 성공을 위한 외모적 인물론에 동안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방송사에서 실시한 동안선발대회가 관심이 된 것만 보아도 요즘 불고 있는 젊게 보이기에 대한 열풍을 실감케 한다.

어느 월간지에서 게재한 동안에 대한 자료는 동안의 인기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동안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에 정직한 사람이라는 기대감을 준다고 한다.



심리학적 용어로 ‘동안과 일반화의 효과’라고 하는 이 기대는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은 무엇이든 잘할 것 같고, 착할 것 같다는 기대를 주는 ‘후광효과’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동안이 젊어보이는 이미지를 대변한다면 기업을 경영하는 필자는 기업에도 동안 이론을 적용해보길 제안하고 싶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젊고 활기차다는 인식은 필수적인 기업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동안으로 보이는 방법은 외모적인 의미가 많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내적인 성과에서 비롯되는 이미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거듭해야 새로운 기술과 능력이 생기고 그것으로 젊고 생생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는 설립된 지 17년째에 접어든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역사가 오래가지 못했던 벤처업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맏형이라 불릴만한 나이다.

하지만 주주, 고객과 외부의 인식을 보면 한컴은 아직도 벤처다. 그만큼 젊은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컴의 설립부터 지금까지를 보아온 그들이지만 여전히 벤처로 부르는 한컴의 젊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남보다 먼저 도전하는 IT서비스, 업그레이드되어 출시되는 신제품 개발이 늘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컴은 오피스 문서를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UDS' 사업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오피스인 `씽크프리 오피스'로 글로벌 오피스 기업들과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다.

만약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적당한 업그레이드, 디자인과 모양만 바꾼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선보였다면 한컴은 세월에 찌든 병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동안은 사람들에게는 외적 모습을 지칭하는 의미지만 그 대상이 기업이라면 기업의 미래를 짐작케하는 단어가 된다. 끊임없는 기술개발은 기업을 동안으로 만들어줄 것이고 `동안과 일반화 효과'나 '후광효과'를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9계단 떨어진 세계 38위라고 발표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세계적인 투기자본의 소식에 국내 산업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국가경쟁력 하락은 씁쓸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필자는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을 수 있었다. 첨단기술 수출 7위, 특허 생산성 2위라는 소식이다. 우리 산업인들 모두는 분명히 신기술에 대한 열정으로 꾸준한 연구개발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산업 위기론과 국가경쟁력 하락이라는 소식 속에서도 진시황과 클레오파트라가 애타게 찾았다는 불로장생의 명약, 기술개발의 열정이 숨 쉬고 있음에 고무된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동안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우리 벤처인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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