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독서와 시를 통한 마음의 소통

심영섭 우림건설 사장 2006.03.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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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의 독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종이에 인쇄된 책을 접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이려니와 대다수 지성인들조차 책과 멀어진 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본래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업을 시작했던 초창기(1983년)에도 책을 한시도 떼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보면 반드시 분야별로 스크랩하고 메모했다. 메모 습관은 독서와 함께 지금의 내 모습에 있게 한 밑거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현장에서 밤낮으로 땀흘리는 임직원들을 보면서 좋은 지식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문화경영'이다.

무엇보다 거칠고 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부드럽고, 밝고, 깊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것이 책, 바로 독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는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보다 많이, 깊게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독서는 절실하다.

몸에 배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적인 독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초기에는 임직원들의 독서활동을 다소 강제적(?)으로 진행했다. 또 수시로 확인했었다.

회사에 독서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서 책을 통한 우리만의 의사소통방식으로 찾아가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이 800여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은 입사 면접 때가 아니면 사장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또한 입사기간이 짧은 임직원이 전체의 20-30%나 되고, 사업장이 각 지역에 퍼져 있다 보니, 서로 간의 소통에도 한계를 느끼곤 했다.

리더의 생각이 전달되고 공유해야 회사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 나아갈 수 있기에 솔선수범의 의미로 매달 추천시를 곁들인 독서편지를 썼다.

사장인 내가 먼저 책을 읽고, 시를 추천해 함께 느끼고 나누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나에게도 한 달에 한 번의 책 선물은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수단이자, 임직원과의 약속이고 아름다운 습관이 됐다.

직접 추천사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더 진지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쓰게 되고, 쓰면서 다시 읽어보고 또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러면서 책을 읽은 임직원들도 독후감을 쓰게 했다. 독서문화에 익숙해진 우리 임직원들이 주는 글은 단순한 독후감의 의미보다는 평소 경영진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업무를 하면 느끼는 일상적 경험 등이 진솔하게 묻어 있다.

이러한 노력이 가상했는지 임직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 외국에서 공부하는 여동생, 그리고 심지어 딸들까지도 독후감을 보내오곤 한다.

책을 선물하고 읽어보는 독후감은 다른 경영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큰 즐거움이리라.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과 글을 통한 쌍방향의 의사소통은 사람의 창의성을 키우고, 가정과 조직의 창의성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를 좀 더 풍부해지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

독서문화는 창의성을 확산시키며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인간미가 넘치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한 매개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것이다.

오늘도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다리를 놓는 즐거움으로 이달의 시와 책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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