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긴 무주택기간은 결혼필수품?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6.02.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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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부동산대책이 흥미롭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주택자`에 대한 기준이다. 정부는 집크기가 아니라 가격으로 무주택기준을 삼으려는 눈치다. 집이 있더라도 공시지가 5000만원 이하이면 무주택자로 간주하지만, 전세로 살더라도 값비싼 경우는 무주택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라해도 강남의 수억원짜리 전세입자와 강북의 월세입자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등 고가와 저가 주택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인해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게 편리하다는 것이다.



무주택 기준이 중요하게 된 것은 공공택지내 중소형 주택은 전부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로또복권식 당첨제에서 무주택 기간 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가점제로 청약제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성인이 됨과 동시에 일찌감치 세대주로 독립, 전략적으로 무주택기간을 늘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결혼할 때까지 부모의 슬하에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문화가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성인이 되자마자 곧 독립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일찌감치 부모곁을 떠나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혹시 우리 사회도 좀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지 모르겠다.

금액이 무주택의 기준이 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퇴조하는 대신 외국식 렌트제도가 성행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월세를 원하는 수요자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월세 임대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마련되야한다.

월세 수요의 증가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출현을 예고한다. 예컨데 임대료가 높은 도심을 벗어나 대도시 인근 지역에 원룸형 타운하우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의 캠퍼스 타운에서 흔히 보듯, 쇼핑센터나 주요 역세권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훌륭한 배우자감으로 손꼽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무주택기간이 길수록 요지의 공공택지와 아파트를 골라서 살 가능성이 더 높아 아주 좋은 결혼조건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엄마, 그 이 무주택기간이 12년이나 된데요!" 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무주택자 기준은 주택공사나 자치단체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꿀 것이다. 내집마련의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해 놓은 `예비 유주택자`나 `예비 중산층`들의 임대주택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예비 유주택자나 예비 중산층이 집값이 뛸까하는 걱정에 주택투기에 뛰어들지 않고, 차분하게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도록 하려면 임대주택의 사회적 기능을 높여야 한다. 그럴려면 그 수준이나, 청약기준도 더 다양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앞이 석자다.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제도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너무 지나친 경우 당장의 주택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주택기금의 증발로 영속성을 갖는 주택정책을 펴는데도 어려움을 갖게 된다. 보다 깊고 두루 아우를 수 있는 2단계 대책이 돼야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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