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볼모가 된 'IP-TV'

윤미경 기자 2006.02.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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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길을 터준 다음에도 규제논의 가능

얼마전 방송위원회가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방송위는 IP-TV와 인터넷방송, 휴대폰방송을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로 분류하면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방식으로 규제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브로와 WCDMA도 '이동시청'으로 분류해 별도로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위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외견상 통방융합화에 따른 통합규제기구를 큰틀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듯 보였다. 수년전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인터넷방송과 휴대폰방송은 물론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와이브로와 IP-TV의 규제 주도권을 방송위가 주축이 된 통합규제기구가 거머쥐어야 한다는 논리가 매우 강하게 풍겼다.



특히 IP-TV는 '방송'으로 단정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이 IP-TV를 통해 방송서비스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유선전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KT가 IP-TV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직접 진출하는 경우에는 비대칭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10년전 케이블TV방송이 첫 출발할 때 지상파방송사들이 케이블TV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방송서비스를 권역별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던 것처럼 IP-TV도 그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년동안 방송위와 정통부의 IP-TV에 대한 논쟁을 지켜봤던 입장으로선 이날 방송위의 토론회가 참 답답했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방송위 주장은 IP-TV 논의에 앞서 통방융합 규제기구부터 마련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IP-TV'를 볼모로 통방융합 규제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의도로 비춰졌다.

2년전과 달리, 방송위나 정보통신부 모두 통방융합의 시대적 흐름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합의는 커녕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이유는 통방에 대한 시각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IP-TV'만 해도 그렇다. 정통부는 IP-TV같은 신규서비스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지만 방송위는 KT를 비대칭규제해야 한다거나 권역별 제한을 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규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IP-TV 사업자인 KT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방송위의 우려대로 KT의 IP-TV서비스는 파괴력이 있을까. 유선전화의 KT지배력이 IP-TV로 전이될까. 단언하건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IP-TV'는 전화망이 아니라 인터넷(IP)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선전화 시장지배력하고 그다지 상관이 없다. 또, IP-TV가 당장 허가된다고 해도 KT는 IP-TV로 전국단위서비스가 불가능하다.


IP-TV는 TV만 켜면 방송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1초에 50MB~100MB이상의 데이터전송이 가능한 초고속인터넷 라인(광랜)이 깔려있어야 하고, TV와 연결하는 셋톱박스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유료서비스다. 이미 지역케이블TV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가 태반인 상황에서 한달에 1만5000원가량 주고 유료방송을 보려는 사람들은 결코 많지않을 것이다. 유료방송으로 출발한 케이블TV가 10년만에 1000만 가입자 고지를 겨우 넘었다.

앞으로 통신망과 방송망은 모두 인터넷(IP)망을 통하는 형태로 네트워크가 진화할 것이다. 광대역통합망(BcN)이 그 중계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통방융합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이에 걸맞는 정책과 규제체계에 대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IP-TV'는 이미 2년동안 표류해왔다. 이제 IP-TV에 대한 논의를 접고, 서비스의 길을 터줘야 한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라도 필요하다면 규제권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수년전부터 서비스해오던 인터넷방송과 휴대폰방송을 방송위가 지금와서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처럼 말이다. 방송시장의 '울타리 의식'은 통방융합 논의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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