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재건축시장 '휘청'...호가 하락 가속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6.02.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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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부동산대책]매수세 발길 뚝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고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등 재건축 제도를 개선키로 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급속히 움츠러 들고 있다.

3일 강남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호가를 낮춘 재건축 매물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들의 상담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매수세는 발길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은 정부 정책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시장인 만큼 이번 대책이 악재로 작용해 한동안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이번 개편안의 타깃인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의 경우 호가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세 발길 뚝..호가 낮춘 매물 등장=재건축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재건축 매수 대기자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적극적으로 매수 의사를 보였던 사람들도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있다.



강남구 고덕동 A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호가를 겨우 조정했는데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에 깨졌다"며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 싼 매물이 나오지 않겠냐며 매수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단지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설연휴 직전부터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며 "가격이 단기 급등하기도 했지만 매수자들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조치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단지에선 호가를 낮춘 매물도 나왔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3평형은 지난달말 5억6000만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1500만원 떨어진 5억4500만원선이다. 15평형도 지난달 말보다 2000만원 낮은 7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말 6억4000만원을 호가하던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차 17평형은 6억2000만원선으로 하락했다. 강동구 고덕시영 13평형은 호가가 500만원 정도 빠진 2억95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8.31대책 직후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졌던 만큼 단기 급락을 걱정하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값을 부르며 팔지 않겠다고 버티던 사람들도 가격을 조정하겠다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하나 둘 늘고 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서면 호가 하락은 시간문제"라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올랐던 호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재건축값 이번엔 잡힐까=재건축 아파트값은 단기간 조정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재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8.31대책 발표 직후 재건축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같은 안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과도한 규제로 재건축 추진을 차단한다면 공급이 줄어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재건축은 강남권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며 "신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 기존 강남 주택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재건축 규제가 풍선효과를 낳아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값이 뛸 가능성도 있다.

휴앤파트너스 박순신 사장은 "송파구 잠실이나 강남구 청담·도곡 등 일반분양을 마친 단지나 서초구 반포 등 관리처분이 끝난 단지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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