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어도 계속 잘 해줘라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사장 2006.01.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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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의 경영코칭]퇴사직원들을 영원한 회사의 팬클럽으로 만들수 있어야

퇴사한 직원이 간혹 회사를 찾아오는 일이 있다.

어떤 친구는 보험 설계사가 되어 나타나서 직원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출산 육아 때문에 그만 두었던 여직원은 아기를 안고 나타나서 환대를 받기도 한다.
 
시시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떠난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조직의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왜 퇴직 직원들이 회사에 자꾸 나타나느냐"며 회사 분위기 흐려지니까 자제시키라고 사장이 지시를 내릴 정도로 부정적이다.
 
'회사 보고 들어 와서 상사 보고 떠난다`(People join the company, and leave supervisor)라는 비즈니스 격언이 있다.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난다는 뜻이니, 나 역시 나를 떠나버린 많은 직원들을 생각하면 이 말이 정말 뼈아프다.
 
직원 못지 않게 과로하고, 스트레스도 많은 경영자들에게 있어 유일한 정서적 보상이 있다면 그것은 직원들의 존경심이라고 토로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많다. 그런데 떠나는 직원들은 그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특히 유능한 직원이 퇴사할 때 받는 심리적 타격은 짐작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퇴사한 직원들을 대하는 것이 거북하고, 현재 '자신의 휘하에' 있다고 믿는 직원들과 친하게 교류하는 것을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퇴직 직원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아예 퇴사한 직원들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 이른바 OB&G, 'Old Boys & Girls'의 약자다. 총무부서에서는 OB&G 주소록을 늘 관리하고 업데이트한다.

OB&G들은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우대를 받는다. 간혹 경영진은 OB&G를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회사의 신년 파티에는 꼭 OB&G와 그 가족을 초대한다. 창립기념일에는 저명한 인사들의 영상 메시지가 펼쳐지는 중간중간 OB&G들의 영상인터뷰도 소개된다.



거기에서 자신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성장했으며, 다른 일을 하는 데 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았다. 이 회사 OB&G들은 우선 퇴사하고서도 계속 이 회사의 팬으로 남는다. 심지어 영업사원 역할까지 한다.

전 직장의 제품과 서비스를 주위에 소개해준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퇴직 직원들의 이런 태도는 현재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퇴사한 직원을 방해꾼으로 보는 회사라면 그 전 직원들은 다른 곳에 가서 그 회사 칭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앙심을 품고 훼방을 놓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소설가 김형경은 `사람 풍경`에서 '질투심'이란 '사랑 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라고 해석해 놓았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에게 눈길만 줘도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은 그의 사랑을 받을 자신감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퇴직 직원을 대하는 태도의 밑바닥에도 그런 감정이 깔려 있다고 보면 너무 무리한 해석일까.


직원이 떠날 때 구겨져버린 자존심, 유능한 직원을 놓칠 때의 무력감. 이것은 사실 애인에게 느끼는 배신감과도 비슷한 체험이다. 경영자의 자신감, 총체적으로는 그 회사의 자신감의 차이가 퇴사 직원에 대한 대응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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