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복도 외출복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6.01.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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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라

갑자기 트레이닝복이 하루에 200벌 이상 팔리기 시작했다. 담당자조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추운 날씨이고 뾰족이 팔릴 이유가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이유를 알아보니 사람들이 트레이닝복을 외출복으로 입기 위해 구매한 때문이었다.

세상에, 집에서나 입고, 운동할 때나 입는 트레이닝복을 외출복으로 입다니…. 이후 트레이닝복을 입고 외출을 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유행이자 트랜드가 되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캐포츠(CAPORTS) 란 개념을 슬로건으로 한 EXR의 민복기 사장이다. EXR은 2002년 사업을 시작한다. 런칭한 2002년 매출 110억, 2003년 800억, 2004년 1300억원으로 더블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에 충격을 준다.

그 뿐 아니다. 2004년에는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고, 2005년에는 일본까지 진출해 성공하는 개가를 올린다. 모든 의류업계가 도산하거나 매출이 반으로 주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놀랍다. 도대체 무엇이 이 회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는 대학졸업 후 나이키에서 근무하면서 신발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신발산업이 무엇인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재고관리와 품질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이후 윤윤수 사장과 함께 필라코리아를 만들고 몇 년간 이 회사가 스타가 되는데 기여하는데 여기서 그는 브랜드의 중요성과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 경험으로 그는 EXR을 만든다.



그가 회사를 만든 컨셉은 "뭔가 새롭고 뭔가 다른 (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이다. 그저 그런 물건을 갖고 어렵게 경쟁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스포티한 캐주얼 (캐포츠) 영역을 만들어 남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옷을 만든 것도, 정장 구두와 운동화의 퓨전인 스니커즈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한 사람들은 젊은 시절 무엇을 하면서 공력을 쌓은 것일까. 여러 가지 것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창의성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 남들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창의성이다. EXR의 민복기 사장 같은 사람이 그렇다.
 
창의적 리더의 전제조건은 성실이다. 창의성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별로 한 일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끝내주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그것은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창의성은 오랜 시간의 성실과 고생과 경험과 고민이 녹은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을 던져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매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을 없을까,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공부해야 한다.
 
창의적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사업과 연결시키는 사업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레드망고를 만든 주리노 사장이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하지만 칼로리가 높아 마음껏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그 때 나온 것이 칼로리가 낮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청담동 일대 고급 음식점에서는 이것을 후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먹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주리노 사장은 좀더 창의적인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장소에서 칼로리가 낮고 맛있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할거야, 하지만 가격과 접근성이 문제야…" 그는 임대료가 비싼 1층 대신 2층을 매장으로 하면서 가격을 낮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망고를 만들어 고객의 이런 니즈를 파고 든다. 예상대로 공전의 히트를 친다.
 
성공한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 중 하나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내 욕구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다같이 보고 있다고 똑 같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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