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바이 차이나'가 몰려온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5.10.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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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미국 이후 중국경제의 약진..의존에서 벗어나야

2005년 8월15일. 이 날은 한국의 광복절이기도 하지만 중국으로서도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중국 IT산업의 중심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과학기술무역 광장에서 특이한 결의대회가 열렸다고 보도됐다.

참석자는 특이하게도 레노버(聯想), 팡정(方正), 바이두(百度), 중싱(中星)과 같은 중국일류기업의 CEO들이었다. 결의문 제목은 ‘자주혁신 산업보국’이었다.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의였다.



참여한 100여개 기업은 ‘V815’라는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키로 했다. 승리를 뜻하는 ‘V’와 항일전쟁에서 승리한 ‘8월15일’을 상징· 결합한 이름이었다. 이는 중국의 새로운 도약으로 주목받기에 족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 개방 이래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과 함께 세계경제의 강자로 부상했다.
 
2004년 중국은 세계 pc의 21%, 카메라의 50%, 냉장고의 50%, 텔레비전의 30%를 생산했다. 세계 DVD 10대중 9대는 중국제다. 중국의 섬유산업은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저장성의 다탕전은 매년 90억 켤레에 달하는 양말을 생산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중국 창조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로

그래서 다탕전을 ‘세계 양말의 수도’라고 부른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양말 박람회에는 전 세계에서 10만 여명의 바이어가 몰려든다. 다탕전 동남쪽에 있는 성저우 시는 ‘넥타이의 수도’로 통한다.



연간 3억 개를 생산하여 중국시장의 5분의 4, 전 세계시장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다탕전의 남쪽은 ‘속옷의 수도’이고, 서쪽은 스웨터 등 ‘니트류의 수도’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인근에 단추의 도시, 지퍼의 도시, 실의 도시 등이 있다. 거기에다 저장상인 중 윈저우 상인의 상술이 결합해서 무섭게 세계를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용틀임에 한국은 충격을 받아왔다. 기술의 일본과 저가의 중국 사이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쳐왔던 것이다. 한국은 핸드폰,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를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몫을 다해왔다. 그러나 중국 창조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는 간단치 않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중싱 미전자의 덩중한(鄧中翰)회장 같은 CEO는 미국 유학파로 첨담기술의 브레인들이다. 다탕(大唐)전신은 세계3대 3세대 이동통신 표준기술 중 하나인 TD-SCDMA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DMA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에 1조 원이 훨씬 넘는 로열티를 지급한 한국이 3세대 이동전화가 상용화되면 다탕에 그만큼의 로열티를 줘야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또 세계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첨단기술로 무장된 중국의 ‘메이드 바이 차이나’제품이 한국제품을 밀어낼지도 모른다.
 
‘메이드 바이 차이나 쇼크’이겨내야
 
중국사람들은 레노버를 ‘중국의 IBM’또는 ‘중국의 자존심’이라고 부른다. 그 레노버가 2004년 말 미국의 자존심인 IBM 개인용컴퓨터 부분을 인수했다. 사실 IBM컴퓨터를 조립하던 업체가 IBM을 인수함으로써 이름 그대로 전설이 됐다. 당시 PC의 이름은 전설이라는 레전드(Legend)였다. 레전드는 2003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음 하기 위해 회사이름을 레노버로 고쳤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하이얼은 후버 진공청소기로 널리 알려진 미국 3위의 전자업체인 메이택을 인수했다. 또 중국 해양석유 총공사(CNOOC)는 185억 달러에 미국 석유업체인 유노칼을 인수하겠다고 해서 소동이 있었다.

일본은 1980년대 미국의 부동산을 인수한 반면 오늘의 중국은 ‘브랜드’와 ‘에너지’를 노리고 있다. 인수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과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뜻의 중국은 이제 하청이나 받는 싸구려 공장의 나라가 아니다. 중국에 갈 때마다 급속히 변하고 발전하는 그들에게 압도당한다. 굼뜨고 느린 한은 금융경제연구원도 발표했다. 중국경제가 2020년 쯤 일본을 추월하고 2040년 쯤 미국을 추월한다는 내용이다.


21세기는 중국과 인도, 친디아(Chindia)의 세기다. 한편 중국과 북한 양국교역의 폭발적 증가는 북한경제의 중국의존도를 급속히 심화시켜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한(韓)민족은 대단한 저력을 가졌다. 5000년 역사 속에 900회 이상의 외침을 이겨낸 민족이다. 한국어와 한글을 간직하고 온갖 고난을 극복했다. 해방 후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처참한 패배주의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미국’이라는 자조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과거의 일이 됐다. 역사는 증언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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