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만 보면 시세를 놓친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2005.09.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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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거래량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가솔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연료가 빵빵하게 채워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세장이 유지될려면 거래도 많이 실려야 한다. 반면 거래량이 한번 뚝 끊어지기 시작하면 약세장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 거래량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특정 기업의 주가가 직전고점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고 치자. 주가가 전고점을 돌파하는 동안 거래가 직전고점 때보다 더 많이 실리게 되면 앞으로 올라가는 힘이 더 강한 것으로 짐작하곤 한다. 물량 소화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주식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 시각). 그런데 이 같은 생각은 투자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간거래량이 스파이크같이 위로 튀었는데, 주가는 갭을 동반한 장대 음봉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모양을 보고 군중들은 단기, 중기적으로 추세가 무너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가의 모양이 갭을 동반해서 밀리기는 했지만 봉의 색깔이 양봉으로 끝났다면 단기적으로는 반등, 중기적으로는 조정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생각은 거래량이 주가의 방향성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래량은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예측해 주는 지표가 아니라 주가 방향성에 대한 경계의 신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KOSPI가 역사적 신고치에 바짝 붙어있다. 9월들어 주가는 올라가고 있는 반면 거래량은 실리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연료가 충분히 채워졌을 때(거래량 증가) 주식도 사고 싶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2003년 이후 한국증시를 보면 주가가 직전 고점을 돌파할 때 거래량은 직전 거래량을 돌파하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다. 거래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이번에도 직전 고점 수준에서 대량 거래를 확인한 다음에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게 될 것이다. 책에서 그렇게 배웠고 전문가들 중에서도 거래량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순수한 마음이 증시에서도 통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은 대중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KOSPI가 대량 거래를 수반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꾸준히 올라가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이 갈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만약 대량 거래가 확인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흥분할 필요는 없다. 이는 수 많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지금 가격대에서 매혹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가 터지는 것은 주가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위한 신호가 아니라 경계의 신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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