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그리고 세상을 바꾸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5.08.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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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 이야기

토요타 자동차는 일본의 오늘이고, 혼다차는 일본의 내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이 혼다 자동차다.

오토바이를 만들다 자동차를 생산하고, 생산 2년 만에 포뮬러 1에 출전해 우승을 했다. 세계 최초의 2족 직립보행 로봇 아시모(ASIMO,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를 만들었으며 자체 기술로 제트기까지 개발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에서도 도요타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물론 혼다는 1등 기업이 아니다. 매출과 순이익으로 따지면 토요타의 딱 절반 수준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에선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9위이다. 하지만 혼다는 일본 특유의 '모노쓰쿠리(제품 만들기)' 정신을 상징한다.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일본의 전설이다. 그는 2003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조사한 가장 존경할만한 일본의 경영자에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공동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불 같은 열정과 아름다운 퇴진 때문이다.



그는 1973년 후지사와 다케오 부사장과 동시에 은퇴하는데 당시 그는 67세, 후지사와는 63세였다. 소이치로는 퇴임하기 2년 전 1971년 혼다 기술연구소 사장을 그만 둔다. 젊은 기술자에게 더 이상 자신의 지식을 고집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후 그는 회사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저승 가는 길도 남달랐다. 그는 1991년 8월 5일 간암으로 85세에 세상을 떠나는데 집안 가족끼리 조용하게 치른다. 그는 장례식과 관련해 이렇게 얘기한다.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내가 거창한 장례식을 치러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을 피하고 싶다."
 
그는 1906년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의 작은 마을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학교라곤 초등학교가 전부인 사람이다. 10대부터 아트상회라는 자동차 수리공장에서 실력을 쌓으며 자동차 레이싱의 꿈을 키운다. 그는 일본 패전 후 자본금 100만 엔으로 오토바이를 만드는 혼다기겐코교를 설립하는데 이것이 혼다의 모체다.
 
혼다는 기술의 혼다다. 역대 사장은 모두 기술자 출신이다. 그는 기술 밖에 몰랐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자는 것도 잊었다. "엔진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엔진이 돌아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가 연구에 빠져 남긴 일화이다. 그가 반드시 참석해야만 하는 가족행사에는 부인이 가는 종이에 메시지를 적어 그의 안경에 매달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잊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기존 수준을 뛰어넘는 무리한 기술을 요구했다.

1960년대 최고 히트작인 오토바이 "수퍼카브"도 이런 정신에서 나왔다. 수퍼카브는 기어변속을 왼쪽 페달로 가능하게 한 첫 제품이다. 그의 개발 목표는 "국수집 배달원인 형님이 한 손으로 운전할 수 있는 오토바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1958년 시판, 1999년 1월까지 2746만대를 팔았다.
 
역할 분담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도 혼다 승리의 비결이다. 생산과 연구는 혼다 소이치로가, 나머지는 경영의 달인이라 불리는 후지사와 다케오가 한 것이다.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것도 특징이다.

창업자 소이치로는 은퇴하면서 대부분 주식을 회사에 무상 증여했다. 이후 혼다 이사회에는 혼다 성을 가진 임원이나 감사는 단 한 명도 없다. 독자적인 경영위원회에서 오너 집안의 입김이 배제된 채 사장을 선발한다.
 
실수에 대한 생각도 독특하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혼다는 그런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이치로의 철학이다. 토요타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하지만, 혼다는 아예 실패하라고 가르친다.


기술은 99번의 실패 뒤에 오는 성공이란 것이다. 혼다에는 올해의 실패왕이란 포상제도가 있다. 연구자 중 가장 큰 실패를 한 사람에게 100만 엔을 주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원이 강직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실행해보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다음에 그 실패를 기초로 새로운 것을 개발했으면 합니다." 혼다 소이치로의 얘기다.
 
그는 막무가내인 성격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성질이 나면 스패너와 해머를 집어 던지고, 욕도 잘 했다. 술도 좋아하고, 잘 놀았다. 일은 엄격했지만 노는 것은 매우 호쾌했다. "놀고 싶은 욕구가 없다면 새로운 발상이 나올 수 없다. 일을 잘 해야 잘 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를 따랐다. 솔선 수범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모든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빌리티 회사(mobility company)" 이것이 혼다의 비전이다. 그래서 자동차 외에 소형비행기, 로봇, UFO같은 비행체도 연구대상이다. 2010년쯤에는 혼다가 비행기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국졸 출신의 CEO 한 사람이 세상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기적이란 생각이다. "꿈을 가질 것, 끊임없이 도전할 것,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꿈을 단념하지 말 것" 혼다 소이치로의 정신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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