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남은 불타고 있는가?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5.08.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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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아르헨티나는 경제불황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관심을 돌리려 외부에서 `공공의 적'을 찾았다. `공공의 적'은 아르헨티나 앞바다에 있는 포클랜드섬을 점령한 영국이었다.

아르헨티나는 그해 4월 포클랜드를 침공, 외부의 적을 통해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려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고 수백대의 항공기와 수십척의 함정을 잃고 영국에 항복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전쟁이 휴전상태에 돌입했다. 강남의 집값을 잡으려는 전쟁이었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을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강남은 점령됐는가?" 아니다.

대부분의 전쟁에서 선량한 양민이 학살되는 등의 끔찍한 일이 일어나듯 강남 집값과의 전쟁에서도 오히려 희생자들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규제의 역효과로 집값이 엄청 올라 무주택 서민들의 삶의 의욕이 상실됐고, 강북사람들의 박탈감만 커졌다.



강남을 향하던 규제의 탄환들이 주변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튀며 분당 용인의 집값이 가당치 않게 뛰기도 했다. 강남과 분당에 신흥 `노사모'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와중에 참여정부는 국토균형개발계획에 따라 엄청난 개발계획들을 쏟아냈다. 행복도시라고 강조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그렇고,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이 그렇다.

계획을 발표하고, 선을 그을 때마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것은 당연했다. 한편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전쟁을 치르면서, 또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투기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출범의지가 무색해졌다.


이쯤되면 전투와 전쟁에서 모두 지고 만 셈이다. 개발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투기는 꼭 잡겠다고 하면서 수십년을 반복해온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은 차라리 공언하지 않은만 못하다. 한뙈기 땅조차 없는 이들의 배신감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얼마 있으면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는 강남 집값은 몰론 전국의 땅값도 잡고, 투기꾼들을 솎아내고, 세금을 높여 다주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입체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과의 최후의 일전이 될 것이다. 또다시 시장에 패하면 설사 대연정이 극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참여정부에는 극약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시장은 조용하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와 분당 용인 과천 등지에서는 집값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규제를 마구 쏟아낼 때는 이를 비웃던 집값이 막상 정부가 숨을 죽여 작전개시를 자제하고 도상훈련에 착수하자 시장이 알아서 밑으로 기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러니다.

최후의 일전은 이제까지의 전쟁과 달라야 한다. `공공의 적'을 내세워 여론으로, 힘으로 몰아가선 백전백패다. 이상론에 빠져 반시장적이거나 징벌적 대책이 나오면 보나마나다. 정책이 더욱 시장적이어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

말만 할 게 아니라 평생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거나 거래세 비중을 크게 낮추는 등의 사회간접자본적인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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