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김수정 MBC 아나운서 2005.07.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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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의 골프칼럼]PGA 투어 참관기(2)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골프 대회를 참관하는 갤러리들의 질서의식은 실로 놀라웠다. 시즌 초반 대회로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밥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 그만큼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다보니 대회 진행이 몇 군데 골프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데도 각 코스마다 갤러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필자가 갔던 골프장은 아놀드 파머 코스. 입구에서 표를 구입한 후 카메라처럼 진행을 방해할만한 소지품이 있는지 가벼운 검사를 받고 들어갔는데 실제로 압수하는 모습은 볼 수 가 없었다. 검색을 하는듯한 시늉을 하는 의미는 그저 ‘조심을 해 달라’ 하는 무언의 압력인 듯했다.



가장 편하게 모든 선수들을 볼 수 있는 18번 그린 뒤쪽 스탠드 위에 자리를 잡았다. 놀라운 것은 스탠드 위에서 지켜보는 갤러리들의 태도였다. 환호할만한 대 스타들이 그린위에서 멋진 퍼팅 솜씨와 각종 기쁨의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달구는데도 누구 하나 카메라를 꺼내들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이 없었다. 그 흔한 휴대폰 소리하나 울리지 않았다.

필자만 하더라도 그 멋진 광경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에 솔직히 ‘살짝 한 장만 찍으면 안 될까?’ 하는 순간적인 유혹에 빠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싸온 음식을 씹을 때 조차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눈치보여 감히 카메라를 만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잠시라도 먹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몰래 찍는 사진 한 장’으로 얻는 혼자만의 기쁨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공공의식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결국 좋은 스윙, 멋진 장면들은 영원히 마음속에만 담아 놓기로 하고 보니 오히려 경기관람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또 하나 갤러리들이 선수들을 배려해 주는 모습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어린아이가 샷을 준비하는 선수 앞에서 콜라병 마개를 ‘딸깍딸깍’하며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이를 보던 다른 어른들이 조용히 그 아이를 제지하며 휙 돌아보는 선수에게 ‘아이가 그랬으니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 마시라’는 시늉을 하며 양해를 구하는 제스추어를 보냈다.


그러자 선수도 미소로 답하며 셋업을 풀고 기다렸다 다시 플레이를 했는데 부드러움과 이해가 빚어낸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갤러리와 선수가 서로 돕는 대회 진행,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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