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이 경제의 체질과 건전성을 결정적으로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많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국지적인 현상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라도 활황이라서 경제가 이 정도 버티는 것이라며 은근히 부의 효과 (Wealth Effect)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또 주택 가격 앙등은 저금리 효과로 인한 전 세계적 현상이니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대범한 주장도 있다.
일부 지역은 6개월 만에 집값이 2배로 오른 곳도 있으니 이는 부동산 투기 망국론이 제기된 1980년대 후반에도 볼 수 없던 상승속도다. 거래도 별로 없이 호가 위주로 오르고 또 국지적 현상이라는 당국자들의 항변과 달리 부동산 가격 급등은 무서운 속도로 인접 지역으로 파급되고 전염되면서 전형적인 버블 형성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부동산 부자들은 떵떵거리는 반면 근로소득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지는 전근대적 현상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국 정부 정책 빈곤의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부동산 가격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한다면 자산 가격의 버블과 그 후유증으로 15년째 신음하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한국경제가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버블은 무서운 것이다. 일단 버블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그 버블이 무너질 때의 고통이 두려워 그 누구도 척결하려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그 버블을 관리하고 유지하게 된다. 버블이 터질까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면서 온 국민이 그 버블의 유지비용을 공동 부담하면서 끌고 가게 되어 있다. 그러는 사이 그 나라 경제는 서서히 병 들고 망가지게 되어 있다. 돈은 용감한 투기꾼들이 벌고 그 뒤치다꺼리는 애꿎은 온 국민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용감하게 은행 빚을 얻어 집을 여러 채 사모은 사람들이 혹 부담을 느낄까봐 금리도 함부로 못 올리게 되어 버렸다(물론 명분은 항상 금리 상승에 대한 서민경제의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다). 몇년에 걸쳐 두세 배 오른 집값이 5~10%만 떨어져도 부동산이 이렇게 침체면 내수가 어려워져 경제가 절단난다고 난리를 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아우성이 난무할 것이다.
관료적 타성은 또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게 되어 있다. 많은 영리한 사람은 학습효과를 믿는다. 경기가 좋으면 부동산값은 저절로 올라갈 것이고 경기가 나쁘면 정부에서 바람잡이를 해줄 테니 부동산 투자는 항상 안전하다고 믿는다. 가장 손쉬운 경기부양책은 항상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현 세대에서도 계층간 부의 편중을 초래하고 근로의욕을 저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또한 다음 세대의 부담을 현 세대가 뜯어먹고 사는 세대간(inter-generation) 착취의 측면도 있다.
조그만 아파트를 사기 위해 30년씩 일을 해야 할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평생 집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면 언제 삶을 즐기고 여행을 다니고 소비를 즐길 것인가. 가뜩이나 국민연금 설계도 우리 세대는 조금 내고 많이 받아가는 도덕적해이(모럴 해저드)를 즐기고 있는데 그 부담을 다 떠안아야 하는 다음 세대에게 부동산 버블이라는 멍에까지 전가하는 것은 정말 너무한 것이 아닌가.
사회 전반의 근로의욕의 저하, 미래를 위한 저축의식의 실종, 제조업 투자 부진, 부에 대한 질시, 이민 열풍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부정적인 현상의 기저에는 부동산이라는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