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부동산, 거품 있나 없나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5.05.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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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사실상 5% 성장목표를 포기했다는 우울한 뉴스로 한주를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잠재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7∼8%대 성장은 무슨 장사를 하던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5%대는 제자리, 그 이하는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한다.

한덕수 부총리는 이렇게 가다가는 자칫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일본경제를 10년 이상 장기 불황에 밀어넣은 것은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잃어버린 10년 동산 일본 부동산은 대부분 3분의 1토막났다. 이는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초래, 통화정책이 한계에 이르고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일본경제를 몰아넣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결국 서민생활의 부담과 피해를 주게 되고 경제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수석ㆍ보좌관회의에 부동산 관련 보고가 없었음에도 회의에 앞서 준비해 온 듯 강한 어조로 이같이 지시했다는 게 취재기자의 전언이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책에도 강남과 판교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데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그럼 우리 부동산에 버블이 끼어있을까. 이에대해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일본의 경우 버블 형성기인 지난 19897∼1991년까지 5년간 땅값 상승률이 GDP 성장률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초과했다.

우리의 경우도 간헐적으로 이같은 현상을 경험했다. 지난 2001년 집값이 9.9%(아파트 값은 14.5%) 상승, 명목 경제성장률(4.3%)을 2배 이상 상회했다. 가장 최근으로는 2002년 2월과 3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각각 22.5%와 23.1%로 버블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기록됐다.


반면 우리 부동산에는 아직 버블이 끼지 않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일전에 만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주장이다. 분당 신도시 시범단지 32평형 분양가격이 8000만원선이었다. 평당 250만원꼴이다.

1989년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달러표시)은 5418달러로 지난해 1만4162달러의 약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현재 5%대인 금리는 당시 14∼15%정도였다. 국민소득이 약 3배가까이 늘어났고, 금리는 3배가량 낮은 점을 감안하면 판교신도시 32평형의 분양가는 분당시범단지에 비해 9배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단순한 도식이어서 신빙성이 결여된 것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욱 커졌고, 승수효과와 경제발전에 따른 개발수요, 이로 인한 땅값상승까지 감안하면 그냥 흘려버릴 수도 없어 보인다.

우리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 있는 지 여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일본경제를 조기에 구출하지 못한 것은 각종 정책들이 미봉책에다 정치권이 강요한 대증요법이었다는 지적은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지금 이러한 미봉책과 대증요법이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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