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박창욱 기자 2005.05.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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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성공학]'올웨이즈'

기운없을 때 종종 찾아 듣는 가수가 있다. 'J.D.Souther'. 많은 곡을 아는 건 아니다. 한 서너곡 정도 뿐이다. 그는 오래전 가수다. 70년대 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성량이나 가창력이 엄청나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참 매력있는 목소리다. 부드럽고. 노래를 참 맛깔나게 부른다. 아! 그런 게 잘 부르는건가.



특히 좋아하는 노래는 'The Last In Love'. 애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다. 11월의 느낌이 난다. 11월은 약간 쌀쌀해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혼자서 멋부리기에 좋은 그런 날씨다. 이어지는 ' You're Only Lonely'와 'Smoke Gets In Your Eyes'.

노래가 어찌 이리도 맛깔지고 멋들어지는지. 그 분위기에 점점 취한다. 참 'Smoke Gets In Your Eyes'는 영화 '올웨이즈'(Always)의 테마음악으로도 쓰였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올웨이즈도 꽤 오래된 영화다. 국내 비디오 출시 제목은 '영혼은 그대곁에'라고 돼 있다. 누가 지었는지 원. 스필버그가 감독했다. 스필버그와 멜로라….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그런가. 비슷한때 나온 '사랑과 영혼'에 밀려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감성에만 호소하는 평범한 오락영화와는 격이 다른 영화다. 그래도 스필버그 내공이 어디 가겠나.

영상이 참 좋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 좋다. 리처드 드레이퓨스, 홀리헌터, 존 굿맨에 오드리햅번까지 나온다. 오드리 여사의 필모그래프 맨 마지막 줄에 놓이는 영화다. 오드리 여사는 '곱게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아쉬움, 죽음때문에 사랑하는 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영혼의 회한 등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다. 'Smoke Gets In Your Eyes'는 홀리헌터가 애인 드레이퓨스가 죽기전, 그녀의 생일날 함께 춤 출때 흘러나온다. 아름다운 음악만큼이나 홀리헌터의 모습도 정말 아름답다.

순수한 사랑이란 뭘까. 계산하지 않는, 받는것보다 주고 싶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 상대를 위한 그런 마음들이 아닐지. 그런 사랑 속에서 그다지 젊지 않은 여주인공 홀리헌터는 환한 빛을 발한다. 그렇게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사랑엔 여러 종류가 있다. 남녀간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 친구나 동료간의 우정 등등.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원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았다면 죽음이 그렇게도 두렵거나 아쉽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문득 함석헌님의 시가 머리속을 스치운다. 온 마음과 사랑을 다 바칠 수 있는 한 사람을 가질 수 있다면, 자기 대신 살리고픈 한 사람을 가질 수 있다면, 후회없이 눈 감을 수 있게 해주는 한 사람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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