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북총각, 명문대 입학하다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5.04.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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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수요가 있는한 집값 안정은 없다… 강북에도 기회를 주라

요즘 관가에 떠도는 우스갯소리. "한덕수 부총리는 건교부 주택국장" 최근 강남과 분당의 집값이 크게 뛰면서 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집값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이는 참여정부가 건교부 차원을 넘어 모든 부처가 전방위로 집값안정에 팔을 걷고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보면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는다는 게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집값과 관련, 정부의 고민은 풍선효과에 있다.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부풀어 오르고, 저기를 누르면 눌려있던 여기가 되튀어 오른다. 정부는 판교신도시가 강남집값을 끌어 내릴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분당 집값이 뛰어 올랐다. 분당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 판교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했다. 그런데도 분당집값의 오름세는 꺾이지 않는다. 분양가 규제로 판교아파트가 `로또복권`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판교신도시가 벌써부터 역효과를 내는데는 주택정책 입안자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점도 있다. 수도권에 택지를 조성, 집만 늘리면 집값이 내려갈 거라는 위험한 착각이 바로 그것이다.

전두환 정권을 제외하고 역대정권 모두 이 같이 착각해왔다. (5공화국은 규모에 맞게 주택을 공급한 게 아니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준비에 예산과 자재를 투입하느라 집을 짓지 않았고 이것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가까이로는 판교, 멀리로는 강남개발 등 양적팽창이 곧 집값을 안정시키는 절대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해왔다.


한 부총리의 말대로 안양과 서울공항 등지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판교의 예와 같이 안양은 물론 인근 평촌 의왕 인덕원 강남 등지의 집값이 급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집을 짓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주택을 일정 수준 공급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집값 잡는 것과 결부시켜 절대요소로 인식하는 순간 주택정책은 백전백패다.

이제는 집과 집값 문제를 집으로만 보지 말 것을 제안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예를 들어보자. 강남집값이 떨어지면 그 집값이 얼마나 유지될까. 얼마 가지 못한다. 오래 갈 수가 없다. 떨어진 강남 아파트를 잡으려는 `잠재된 강남수요`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명문대학 입학률이 높은 명문고를 겨냥하는 잠재된 강남수요들이다. 유명 사립대학들이 지역에 따라 학력을 차별 대우한 것이 사회문제가 됐었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치고 어떤 부모가 명문학교가 즐비해 있는 강남에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공급측면에서 다시 보자. 강남 외에 강북 등 기존 지역에도 강남에 못지 않은 고급 의료서비스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문화시설, 쇼핑시설 등을 충분히 공급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강북에 외국병원과 외국인 학교를 개방하고, 명문 과학고 특목고를 세워 강북자녀들도 강남자녀들 못지 않게 명문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주라. 드러내기 싫은 문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문제들을 그대로 안고 가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주택정책을 만들 때 이제는 의료 교육 문화 쇼핑 자연환경 등 집값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럴 때가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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