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은행大戰과 올바른 대출구조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2005.04.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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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은행에서 전쟁은 위험한 게임이다. 특히 단기간에 예금이나 대출이 대규모로 늘어나는 것은 거의 100%의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신호다. 최근 은행전쟁은 옛날처럼 금리덤핑에 의한 외형경쟁 내지 영토전쟁으로 흐르지 않아 일단 다행이다. 우량고객을 잡고 그 사람에게 상품을 많이 파는 교차판매(cross―selling) 내지 단골 만들기 경쟁 성격이 짙다는 생각이다. 경쟁이 치열해져도 여수신 잔액은 별로 늘지 않으면서 당기순익은 오히려 늘어나는 이례적인 모습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거래의 유인구조가 금리에 편중돼 있어 다시 외형경쟁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여수신 거래에서 수수료체계가 발달하지 않아 고객이나 은행이나 거래동기가 거의 금리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한도성 대출제도의 운영방식이 문제다. 한도대출, 혹은 대출약정은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대출한도를 열어놓고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찾아쓰는 제도다. 원래 대출약정 자체도 서비스여서 무료일 수 없다. 약정에 의해 고객은 급할 때 쓸 수 있는 돈주머니 하나 얻는 경제적 이익을 가진다. 은행에서도 신용조사하랴, 한도사정하랴 처리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빌려간 금액에 대해 이자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대출이자와 별도로 약정서비스 자체에 대해 수수료를 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는 약정서비스 자체는 공짜다. 그러다보니 필요하지도 않은데 약정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또 쓰지 않아도 별다른 벌칙이 없어 도대체 고객이 언제 얼마를 쓸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크다.



신용카드의 경우 고객이 별 필요하지 않아도 현금서비스 한도를 많든 적든 그냥 잡아준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데도 열어놓거나 처음부터 한도를 높게 열어 나중에 대출금리 이상 돈을 벌 기회가 생기면 결국 다 쓰게 된다. 정작 대출금리 자체는 높아서 나중에 투기적인 곳에 금리 불문하고 돈을 쓰게 될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 호황 등 불꽃이 튀기면 거품이 발생할 유인이 된다. 약정서비스 수수료가 없으면 은행으로서는 정보처리비용과 거래마진 부담이 대출금리로 전가돼 결국 외형확장 경쟁을 하는 유인이 된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가 공짜를 무기로 `열어두면 언젠가 쓸 것'으로 기대하고 약정이 남발될 문제도 있다. 또 약정한도를 소진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동이 없으니 나중에 고객이 얼마를 쓸지 알수 없어 위험관리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불합리한 대출유인구조를 바꿔 은행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약정성 대출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 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한도가 열리면 정해진 기간에 다 쓰도록 대출금리는 기존보다 낮춰주고 미사용한도에 대해서도 벌칙금리를 부과, 필요가 없어지면 반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수수료 위주의 은행경쟁구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 은행도 수수료라는 변수가 하나 더 있으면 선택패턴과 약정 후 사용빈도 등을 추적하여 고객의 신용상태를 더 잘알 수 있다. 예금이든 대출이든 은행거래 유인구조는 수수료와 금리가 쌍으로 같이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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