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인 중년 아줌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복사 되냐고 물어보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안 된다고 끊어서 말한다.
"이른 아침부터 웬 복사냐"는 눈치다. 혹시 복사할만한 다른 곳이 있냐고 물어보자 상가 안쪽을 가르치며 저기 가보라고 얘기한다. 상가 안쪽에 비슷한 사이즈의 문방구가 있는데 역시 기분 나쁜 표정의 중년 아저씨가 있다.
"내가 이 나이에 복사나 하고 있다니..." 저렇게 인상을 쓰고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또 저런 사람에게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또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회사의 여성 임원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커리어우먼으로 늘 애를 보살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화제가 그 동안 그녀가 경험한 도우미 아줌마로 갔다. 어떤 도우미가 가장 마음에 들었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얘기한다.
친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친절하다, 상냥하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성격이 밝다는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뚝뚝하다, 짜증을 잘 낸다는 것은 "열심히 살았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인정하지 않는군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세상을 원망할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이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이 싫어서 그렇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친절하다는 것은 내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가능하다. 타고나길 무뚝뚝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무뚝뚝한 것은 의존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이런 모습이 원하던 모습은 아닌데, 부모를 잘못 만나, 혹은 배우자나 자식 때문에, 전공을 잘못 선택해, 상사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친절함의 근본은 책임감과 자신감이다. 마찬가지로 불친절함, 무뚝뚝함의 원인은 자신감과 책임감의 결여이다.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친절할 수 없다. 그 불만을 엉뚱한 곳에 쏟아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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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인도 망가지고, 주변 사람도 이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 친절은 친절을 낳고 불친절은 불친절을 낳는다. "나의 종교는 매우 간단하다. 나의 종교는 바로 친절이다."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