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3강-3중 은행시대와 금융감독

머니투데이 이백규 기자 2004.11.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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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의 국내 은행시장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은행을 인수한 세계 1등 은행씨티금융그룹이 11월1일자로 통합 한국씨티은행을 발족시켰고 세계 2등 HSBC(홍콩샹하이은행)는 제일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25일부터 시작한다.

홍샹은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세계3위권의 영국계 스탠다드 차타드(SCB)는 제일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의 은행시장이 세계1,2,3등 초대형 메이저 은행들이 각축장이 된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가 뉴브릿지, 론스타등 벌처펀드의 단순한 자본참여기였다면 이번 외국계의 공세는 금융을 잘 아는 오리지날 금융자본의 진출이기에 더욱 토종 은행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은행은 본질이 돈장사로 제품의 대량생산 대량판매가 가능한 대표적 '규모의 경제' 업종이다. 판돈이 클수록 점포가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은 주택을, 신한은 조흥을, 하나는 서울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외톨이가 되어 미니은행격으로 외소화된 외환 제일은 결국 합병될 운명인데 자본이 부족한 토종자본보다는 외국계, 특히 씨티에 선수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홍샹이 가져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홍샹은 아시아에 최강자이기도 하다.

외국계의 각축으로 인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현4강체제는 5년 정도 후에는 국민 신한 한국씨티의 3강과 우리 하나 홍샹의 3중 구도로 재편될 공산이 높다.

외국계가 촉발한 은행간 전쟁, '뱅크워'가 한참인 지금, 금감위/원 감독당국은 뭘 해야될까. 진입 퇴출과 활동이 자유로우니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일부 언론과 국회의 외국계 과다 진출로 인한 금융주권 상실에 대한 경계와 주의 촉구는 국수주의적 우려로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투자한지 수년만에 원금의 몇배 수천억원씩의 이익을 내는 론스타 뉴브릿지나 십수년째 매년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리는 외국계은행들의 과실 송금을 방치할 것인가.

외환위기 직후야 워낙 다급했으니 어찌 할 수 없다해도 이젠 정신차리고 외국계 공세에 감독당국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복적, 차별적 행정말고 준칙주의에 입각해 차별없이도 외국계를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본다.

우선 윤증현 금감위원장겸 원장이 지적한대로 신규진입시 엄격한 사업계획의 타당성 심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 원칙은 제일, 외환을 인수하려는 홍샹, SCB 등 외국계에 확실히 적용되야 한다.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fit & proper)도 강화돼야 한다.

경영의 국제적 추세는 '수익 위주'에서 '윤리경영'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들 외국계가 윤리적이었는지, 사회공헌활동을 얼마나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중소기업대출을 비롯해 국내산업 지원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도 점검돼야 한다.

사실 론스타나 뉴브릿지가 엄청난 투자이익과 배당을 챙기면서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시장의 원활할 작동, 국내산업 발전에 뭘 기여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답하고 이는 '금융기관의 공익성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도모해야한다'는 은행법에도 어긋난다.

한도초과보유 대주주에 대해선 매 반기 정기적으로 자격심사하게 돼있는 은행법의 엄중 적용이 필요하다. 멕시코는 6대 시중은행중 2등은 씨티에, 5등은 홍샹에 넘어가는등 5개가 외국계가 이들의 시장점유비는 85%, 지분율은 77%에 달한다. 멕시코 은행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독당국은 뭘 했는지 스터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외국인 임원수 제한도 조속히 시행해야하고 외국계만 두고 있지않은 상근감사는 서둘러 시정해야 한다

둘째, 은행 대외개방 효과가 소비자에게도 미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외자간 경쟁촉진으로 국내에서도 국제적 규모를 갖춘 세계적 초일류 은행도 나와야 하지만 금융소비자 후생도 증진돼야 한다.

대외개방이후 은행원들이 친절은 해졌지만 수수료는 몇배나 올랐고 VIP가 아니면 일반 고객은 푸대접 받기 일쑤다. 소비자 혜택이 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만 늘었다.
보너스와 사상최대 순익 등 은행내에만 머물고 있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금융소비자에게도 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째, 외국계에 대한 감시 모니터 활동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씨티 홍샹의 전략은 특히 부유층에 집중돼있는데 해외송금, 해외 부동산 주식투자 등에 그들만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파생상품등을 활용한 변칙 활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씨티 PB팀은 주식관련 부정이 적발돼 그룹 회장이 일본에 와서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금감위/원이 관치금융 차별정책의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외국계 은행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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