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백절불굴의 정신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 2004.09.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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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는 참으로 암담한 시기였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실업자가 길거리에 넘쳐 날 정도였다. 71년 ROTC로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오니 취직자리가 없었다. 성적 증명서를 20통씩 준비해 취직시험이라는 말이 들리는 곳에는 모두 지원을 했다. 그래서 가까스로 취직된 곳이 스위스 산도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고 이곳에서 나의 사회 첫출발은 시작되었다.

월급은 100달러, 한화로 10만원정도를 받았는데 그때 은행에 취직한 친구들이 오만원을 받았으니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많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영업사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때라 어디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다니지는 못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개인의원에 다니며 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늘 뛰어다니며 영업을 한 탓에 구두 뒷굽을 한 달에 한번씩 갈았다.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인생의 밑바닥 정서를 익힐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 당시 영업의 시작이 의사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것으로 시작된 때였다. 담배를 못 피우면 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술 접대가 많았다. 술과 담배는 정말 어려운 시련이었다. 나는 담배는 피우지 않았으나 술은 적당량을 마셨고 그것이 점점 횟수가 잦아지면서 맥주 한 병쯤은 쉽게 마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신앙적 관점을 떠나서 담배를 배우지 않은 것은 지금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정말 잘 한 일로 생각된다. 지금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기본 마음가짐은 무엇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다는 강한 정신으로 '백절불굴의 정신'이라는 지금의 경영이념의 기초가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에게 닥친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신은 성경의 어느 나그네 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하루는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왔는데 주인은 너무나 가난해서 대접할 음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주인은 옆집 부자에게 찾아가 '지금 내 친구가 사막을 건너오느라 너무 지쳐서 무엇이라도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사정했다. 그러나 부자는 워낙 늦은 시간이라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며 주인을 쫓아냈다. 가난한 사람은 다시 한번 친구를 위해 간곡히 부탁했다. 그래도 부자의 대답은 같았다. 주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가 먹을 것을 조금이라도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했다. 그러자 그 부자는 '네게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나 네가 나를 너무도 귀찮게 굴어 잠을 못 자게 하니 음식을 주겠다.'고 하면서 마침내 주인의 청을 들어주었다.

영업 역시 이 나그네 이야기처럼 또 찾아가고 또 방문하여 끈질기게 노력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것이 그 당시 내 생각이었다. 초기에는 보통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해 적어도 10번 정도 병원을 찾아갔다. 어찌나 끈질기게 다녔는지 그 열성에 질려 거래를 터준 병원도 많았다. 그리고 한번 고객이 되면 끝까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더욱 더 노력했다.
무엇 때문에 못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라는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간절히 구하고 원해라. 주님께서 큰 것으로 열어 주실 것이다. 젊은 시절 큰 꿈을 가지고 많은 것을 주님께 구했는데 나에게 모두 주셨다. 나를 사랑하여 주시는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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