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레슨]리더와 위기대처 능력

머니투데이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2004.08.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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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레슨]리더와 위기대처 능력


어떤 중소기업 사장이 수입품 판매업으로 크게 성공했었다.

그는 IMF 관리체제 때 부도위기에 처하게 되자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친인척들의 자금지원을 받는 등 2년 동안의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회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영스타일이 상당히 권위적이고, 중간관리자를 통해서만 지시 감독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조직에 있어야 될 관리자들이 없으니 자신의 일이 급증해 그만큼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면서 이후 IMF 이전의 숫자만큼의 인원을 충원시켰다.

그때 그는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직원들보다는 시키는 대로 잘 따라주는 직원들만 다시 불렀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의 매출이 급감해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많아지면서 모든 직원들이 아이디어는 내지 않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 사장은 이번에는 회생이 힘들 것 같다면서 정치를 탓하고 불운을 원망했다. 이 40대 후반의 사장은 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변신하기 보다는 과거 조정경기의 경영방식으로 회귀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조정경기는 맨 앞에 앉은 콕스(리더역할)가 외치는 구령에 따라 8명의 선수들이 노를 열심히 젓기만 하면 된다. 이 경기는 바람이 불지 않는 평온한 환경에서 가능하며 날씨가 변덕스럽고 나쁘면 취소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기업들은 조정경기를 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가 외국업체나 제품들의 경쟁을 제한시켜 주었기에 비교적 평온한 경영환경 속에서 사장들은 앞에서 지시하고 직원들은 그를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경영환경은 급류타기(래프팅)로 변해 버렸다. 어려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나면 더 어려운 도전이 바로 앞에 나타난다. 급류타기에서는 모든 팀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위기를 협동하여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조정경기에서처럼 앞으로만 가면 안되고 상황에 따라 옆으로, 뒤로도 가야 된다.
 
몇 년 전 필자는 아들과 단둘이 알래스카를 여행하면서 9사람이 함께하는 급류타기를 했는데 나 한 사람의 잘못으로 래프트는 뒤집어졌고 내 머리가 물속에 있는 큰 바위에 부딪혀 죽을 뻔 했었다.



머리에 쓴 헬멧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만 나 한 사람의 느린 동작 때문이었다. 그 당시 레프팅을 총지휘하는 리더와 조수가 있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들의 지시도 들리지 않았고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급류타기의 경영환경에서는 위기는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들이 항상 구명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직원 각자가 위기상황에서 올바른 방법을 찾아내어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때의 급류타기 경험을 통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사장이나 임원, 팀장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새로운 방법을 배워서 사원, 팀원들과 일심동체가 되고 협동하지 않으면 회사가 넘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위에서 말한 중소기업사장은 급류타기의 경영환경에서 조정경기에서 하는 낡은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다 임직원들마저 사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관리적인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으니 도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위기상황에서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급류타기 경영환경을 위기상황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대처방법으로 낡은 리더십을 사용하면 조직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배워 위기대처능력을 갖추게 되면 남들이 위험스러워하는 아무리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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