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전세 사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재범 2001.11.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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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전세 사는 이유는..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는 아직 전세집에 산다.
이마저도 오는 11월말로 임대기간이 끝나게 돼 있어 사업에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전세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세 물량이 없어 고민이 많다"는 그에게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최근 안철수연구소를 코스닥에 등록시키면서 상당한 주식평가액을 얻었다. 지난 7일 종가기준(5만3000원) 안 대표의 주식평가액은 1518억원. 돈방석에 앉게 되었음에도 자기 집이 없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안 대표의 경영 철학인 `위기 경영'과 연결된다. 그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놓고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업과 마케팅 목표는 최고로 잡고 인력 자금 등 관리는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 대주주로서, 그리고 CEO로서 자금난이나 유상증자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시각이 있어야 최악의 상황을 그릴 수 있듯이 안 대표는 단기적 이익과 손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벤처 열풍이 불었을 때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에 등록하지 않았다. 벤처 열풍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눈 앞의 이익을 좇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그는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힌다. 그의 도덕성과 깨끗한 이미지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게다가 CEO 안철수의 이미지와 회사 안철수연구소가 동일시되면서 안철수연구소는 `투명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증권사들이 안철수연구소의 적정주가를 산정하면서 CEO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도 그만큼 안 대표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그는 옳은 말만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의 CEO다. 최근에 출간한 `CEO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에서 안 대표의 고차원적인 경영철학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정직과 성실로 인생을 경영하며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2-3배 일해야한다"며 도덕 선생님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아가 그의 독특함은 `영혼있는 기업'을 강조하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에게 있어 기업은 `기업 구성원들이 모두가 따르는 공통된 가치관과 신념을 마련, 공동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이다. 돈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와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안철수연구소의 핵심가치도 모든 임직원이 함께 만든 것이다.

회사를 위해서만 뛰어온 안 대표에게 사생활은 거의 없다. 취미도 독서와 영화 외에 특별한 게 없다. 골프채를 한번도 잡아보지 않은 CEO가 안 대표외에 몇 명이나 될까. 한 때 바둑을 뒀던 안대표의 `바둑 배운 이야기'는 그의 또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는 바둑 입문서를 50여권 읽은 뒤에야 비로소 실전에 나섰다. 실전을 경험하면서 서적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초기에는 실패했지만 이론 뒤의 실전 때문인지 입문 1년 만에 아마 2단 수준이 됐다고. "백신 유료화에 성공한 것도 마케팅 이론을 철저히 배운 다음에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죠." 이론에 바탕을 둔 뒤 실전에 뛰어드는 이같은 경영 스타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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