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이야기] 야후! 메신저

머니투데이 강호병 이코노미스트 2001.06.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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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이 주식, 외환시장과 구분되는 진풍경이 하나있다. 대형기관이건 소형기관이건 채권 펀드매니저가 시뻘건 색상의 야후! 메신저를 몇 개씩 띄워놓고 브로커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호가정보를 쳐다보고 거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온라인 트레이딩이 보편화돼 있는 지금 야후! 메신저와 같은 통신수단을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 쓰이는 메신저는 성격이 다르다. 즉, 채권시장에서 야후! 메신저는 단순한 채팅수단이 아닌 호가정보가 제시되고, 거래 체결의 확인까지 해주는 채권시장의 인프라(infra)로 기능하고 있다.



주식과 외환은 거래소와 자금중개회사에 거래가 정형화된 형태로 집중돼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니 주식투자자나 외환딜러는 단말기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공급되는 시세정보에 눈을 뗄 수 없어 장중에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메신저로 교신하기 어렵다. 외환딜러의 통신수단은 아직도 전화다.

그러나 채권거래는 대부분 장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브로커가 일일이 채권 딜러에게 호가정보를 제시해줘야 한다. 과거에는 브로커가 호가정보를 채권 딜러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나 이제는 야후! 메신저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거래량이 많은 국채, 통안채 등이 야후! 메신저에 뜨는 호가정보의 주종이 되고 있다.



메신저는 사용이 간편하고, 단위시간당 호가정보 송출량이 많으며, 거래상대방을 찾기 용이하여 채권 가격 형성과 거래체결을 돕는 순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야후! 메신저가 채권시장의 정보유통속도를 높이고 탐색비용을 줄여 채권거래의 확대와 효율화를 촉진하는 선진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야후! 메신저는 다른 얼굴을 갖고 있기도 하다. 메신저로 유통되는 시황정보의 깊이와 신뢰성이 떨어지고, 협상이 불가능해 거래가 수동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래량이 부풀려지는 경향이 적지 않아 채권딜러가 뇌동매매에 휩싸이기 쉽다. 스크린에 띄워 놓은 여러 개의 야후! 메신저에 동일한 거래정보가 동시에 뜨기 때문.

채권거래가 늘고, 또 그것이 스크린에 띄워놓은 여러 개의 메신저에 이중삼중으로 정신없이 제시된다면 채권딜러는 채권거래가 폭주하고 있다고 느끼고 무조건 사자로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야후! 메신저에 유통되는 호가나 거래체결 정보가 대폭 줄면 채권 딜러가 채권시장의 약세를 직감하여 투매에 나서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야후! 메신저는 이제 채권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속이 됐다. 그러나 야후! 메신저의 효용성은 아직 엄밀히 검증되지 않았다. 야후! 메신저가 채권정보를 효율적으로 전파시키고, 합리적 가격형성을 돕는다면 다행이나 필요이상의 유포리아와 패닉을 유발하여 채권수익률의 변동성(volatility)을 높이는 것으로 검증된다면 사용이 규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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