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연 민희진 "하이브가 날 배신..억울하다"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4.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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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는 격정의 기자회견 , 모든 의혹 부인

/사진=스타뉴스/사진=스타뉴스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희진 대표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민희진 대표는 오히려 하이브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사담마저 거창하게 포장했다며 진정한 멀티 레이블을 위해서는 방시혁 의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 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날 기자최견장에는 어도어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도 함께 자리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이브 측이 '문건'으로 포장한 내용들은 메모장 혹은 카카오톡 대화 수준의 사담이며 이를 포장해 자신을 매도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잠이 오면 이상한 것'이라는 민 대표는 때로는 격양된 모습으로,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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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실제로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냐는 것. 민 대표는 "저는 꼼수나 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가 궁금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 때문에 경영권을 찬탈한다는 프레임이 와닿지 않는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위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희대의 촌극'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의 억울함을 대변하기도 했다.

앞서 하이브 측은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정황과 문서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컨텍스트가 없이 캡처로만 프레임을 짜고 있다. 전 월급 사장이다. 사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푸념을 한거다. 진지한 대화인지 가벼운 대화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사담을 진지한 대화로 포장해서 매도하는 의도가 궁금하다. 제가 하이브를 배신한게 아니라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고 본다. 저를 써먹을 만큼 써먹고 저를 찍어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찍어내는 게 배임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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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론칭 단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방시혁 대표가 자신이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매니지먼트 쏘스뮤직으로 구성되는 삼자 협력을 제안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세운 플랜대로 가기를 원했던 민희진 대표는 이 제안을 처음에 거절했지만, 결국 협력했다.

다만, 당시 쏘스뮤직에 있던 걸그룹 연습생 중 민희진 대표의 기준을 만족시킨 건 민지 밖에 없었다. 추가적인 연습생을 모집하기 위해 민 대표는 '민희진 걸그룹', '하이브 최초 걸그룹'이라는 브랜딩을 통해 오디션을 진행했고 추가적으로 하니를 뽑았다. 혜인, 해린, 다니엘은 오디션이 아닌 '민희진 걸그룹'·'하이브 최초 걸그룹'이라는 브랜딩을 통해 캐스팅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던 사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초 '민희진 걸그룹'이자 '하이브 최초 걸그룹'으로 알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돌연 쏘스 뮤직의 차기 걸그룹이 먼저 론칭하게 됐다는 것. 민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박지원 대표이사가 "민희진 걸그룹처럼 헷갈리게 해야하기 때문에 뉴진스의 홍보를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방시혁 대표가 어도어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줬다는 외부의 인식과 달리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제가 심한 말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면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며 "어도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지분 100%가 아니면 주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거기서 지분 싸움을 하면 6개월이 넘게 걸린다.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이 싫어서 아이들을 받기 위해 지분을 포기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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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주주 간 계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 대표는 지난해 하이브로부터 어도어 지분 20%를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주주 간 계약이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지난해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서 올해 초부터 재협상을 하고 있었다. 노예 계약처럼 묶여 있다. 비즈니스 머리는 있지만 계약서 용어는 잘 모른다. 친한 동생에게 물어보니 세종을 소개시켜줬다. 이걸 가지고 외부 자문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된 대화 내용의 발단 역시 주주 간 계약 협상 과정에서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서로 입장이 달라서 답답했다. 여러 가지 생각을 담은 개인 메모다. 이렇게 막말하는 성격이 들어갔다고 보시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이를 결혼에 비유하며 "능력 있는 여자(민희진 대표)와 능력 있는 남자(방시혁 의장)가 만나 아이(뉴진스)를 키운 것이다. 수능(컴백)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계속 잘살아 보려고 이야기(주주 간 계약)를 하는 와중에 이혼 소장(고발)이 날아온 것이다. 싸우다 보면 속에 있는 말도 하고 상상도 하는데 그걸 두고 '네가 먼저 이혼을 준비했지'라고 우기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균 변호사는 "하이브는 일정을 다 알고 있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 먼저 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언론에 계속해서 공표하고 있다. 과연 뉴진스를 생각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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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자신이 먼저 제기한 '뉴진스 카피' 의혹에 대해서도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반성하면 좋겠어서 정신 차리라는 느낌으로 보냈다. 저희의 제작 공식을 너무 따라 했다. 저희 입장에서 비교를 하는 건 당연하다. 안 하는 게 배임이다. 이렇게 누가 누구를 따라 하면 결국엔 모두가 뉴진스가 된다. 그럴꺼면 멀티레이블 왜 하냐는 말이 나오고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나쁜 일이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하이블이 강조하는 멀티레이블에 대해서도 "모회사(하이브)에서 PR, IT, 인사 등을 중앙 통제할 수 있고 레이블이 그 밑에 있다. 레이블마다 PR 방식, 인사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중앙에 있어야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사실 아일릿이 무슨 죄가 있겠나. 어른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작심한 듯 방시혁 의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 대표는 "방 의장님이 손을 떼야 한다.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두루두루 봐야 하는데 의장이 주도를 하면 기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다른 레이블도 잘 보이려고 한다.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고 결정권자가 높이 떠 있어야 한다. 카피가 나오면 오히려 오너가 지적해야 한다. 우리의 브랜딩이 기성화가 되는 것이다. 밖에서 해도 열받는데 안에서 하니까 더 열받는 것이다. 나는 건강하게 경쟁하자는 것이다"라고 방 의장이 직접적인 프로듀싱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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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미 변호사는 "배임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있을 때 성립하는데 민 대표는 그런 행위를 기도하거나 의도하거나 착수한 것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배임은 예비죄도 없다. 만약 예비죄가 있다 하더라도 실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번 건은 그 정도도 안 된다"라고 민 대표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이수균 변호사는 "주주 간 계약을 다시 협상하는 과정에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 거기서 아일릿이 기폭제가 됐다. 이의를 제기하면 재협상이 안 될 게 뻔해서 말렸다. 그런데 대표님이 바로잡지 않으면 안 고쳐진다며 내부 고발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제가 돈을 원했으면 내부 고발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번다. 그런데 저는 싫은 게 있으면 말하는 성격이다. 밖에 나가 잘하는 척 말하지 말고, 먼저 고친 다음에 말하라고 하는 게 제 성격"이라며 "저를 왜 쫓아내고 싶은 건지 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오전 경영진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영권 탈취 정황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며 어도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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