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을 따라 이어진 '환전소 거리'의 한 사설환전소. /사진=김미루 기자
미국 뉴저지주에서 고향 서울을 1년 만에 방문한 최모씨(78)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을 따라 이어진 '환전소 거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이날 이 거리에 있는 환전소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7장을 달러당 1396원에 팔았다. 그가 1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100달러 지폐는 달러당 1320원대에 팔렸다고 한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차익을 노린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환전업에 40년간 종사했다는 'ㅅ 환전소' 업주 최모씨는 "지난주에 달러가 오르면서 한국인들이 와서 여행하고 남은 돈이라고 1000달러, 2000달러씩 바꿔가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환전소에 거래되고 있는 환율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중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관광객도 일대 환전소에 줄을 서서 환전을 기다렸다. 'F 환전소' 업주 B씨는 "코로나19(COVID-19)에도 영업을 해서 적자가 많이 났다"며 "최근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명동 환전소를 찾는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은 달러를 잘 쓰지 않아 달러 강세 상황에도 차익을 보기 어렵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일본 관광객은 위안화나 엔화로 직접 바꾼다"며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들 정도만 달러를 가져와서 이중 환전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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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또 다른 3년 차 환전상 C씨는 "대만 관광객들이 그나마 달러를 가져와서 원화로 이중 환전을 하기는 했는데 요즘은 달러가 비싸다 보니 대만 돈으로 직접 환전하는 게 더 나아 대만 돈으로 가져온다"며 두툼한 대만 화폐 뭉치를 보여줬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으로 휴가를 떠나는 한국인들도 달러를 거치기보다 페소, 동을 직접 환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회원 수가 65만명에 달하는 국내 필리핀 여행 커뮤니티에는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달러를 통한 이중 환전보다 사설환전소에서 직접 현지 화폐로 바꾸는 쪽이 더 낫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중 환전과 현지 화폐 환전 시 환율을 비교하는 계산식도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