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 CCTV 작동을 점검하는 시니어 순찰대 조장의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3일 오전 9시께 평화롭던 경기 안양시 호계공원 둘레길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주로 65세 이상 퇴직 경찰이나 경비업무에 종사했던 이들로 구성된 '순찰지킴이' 대원 A씨의 호루라기 소리였다.
순찰지킴이는 안양동안경찰서와 협력해 근무하고 있다. 대원들은 젊은 경찰도 버거운 가파른 둘레길 순찰을 이들이 전담한다. 모자를 쓰고 배낭을 맨 모습이 일반 등산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A씨의 눈은 매의 눈보다 매섭다. 순찰지킴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엔 경찰 사이렌 불빛도 번쩍인다.
대원들은 세 명이 한 조를 구성해 하루 3시간 동안 6㎞에서 많으면 9.5㎞를 순찰한다. 주된 순찰 경로는 △관악산 둘레길 △호계공원 △자유공원 △망해암 등산로다.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산책을 하던 50대 여성 B씨는 "오늘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다 평소 자주 본다"며 "덕분에 마음이 안심되고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B씨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남편과 함께 온 여성 C씨는 "오늘은 남편과 왔지만, 이곳은 산책하기가 좋아 친구들끼리도 많이 온다"며 "관악 둘레길 사건 이후로 인적 드문 곳을 걸어가기만 해도 무서웠는데 아무래도 순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보니 반갑고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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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70만원 수당도…"직장생활 끝나도 할 일 있음에 감사해"
계단길을 돌아보는 시니어 순찰대/사진=오석진 기자
현재는 치안 공백을 막고 노인 일자리도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는 안양동안경찰서 순찰지킴이를 시민안전 모델 우수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날 순찰대 조장으로 참여한 A씨는 "은퇴 전에는 컴퓨터 쪽 사업을 했었다"라며 "운동하는 겸 봉사하는 자세로 순찰하러 다닌다"고 밝혔다. A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참 보람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찰대원 60대 D씨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이후로 처음 갖는 일자리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D씨는 "직장생활이 끝나고 나서도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다"며 "번 돈으로 손자에게 용돈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안양시니어클럽 관계자는 "과거엔 쓰레기를 줍는 등의 단순 작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면 이번엔 보다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며 "실제로 경쟁률도 무척 치열했고 선발된 노인분들 역시 만족도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순찰대가 다니는 순찰 코스 중 하나인 호계공원 둘레길의 모습/사진=오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