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인컴퍼니
그런데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약속한 대로 비가 15일 뉴스를 전했다. 콘서트 개최 소식이었다.
9년 만에 무대 컴백이라니… 설레는 마음을 개인 SNS에 미리 공지할 정도로 비도 긴장감이 크겠지만, 팬의 입장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과연 그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우리는 무명의 백댄서에서 슈퍼스타로 성장한 비를 잘 기억하고 있다. 1998년에 ‘팬클럽’으로 데뷔해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던 비는 박진영의 백댄서를 거쳐 2002∼2003년 정규 앨범 ‘비’와 ‘레인(Rain)2’, 그리고 2003년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를 통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후 가수 겸 연기자로서 201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앨범으로는 ‘잇츠 레이닝(It’s rainning·2004)’, ‘레인스 월드(Rains World)’, ‘레이니즘(Rainism)’이 연이어 히트했고, 드라마로는 ‘풀 하우스’(2004),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도망자 플랜B’(2010)가 승승장구했다. 할리우드에도 진출했다. ‘스피드 레이서’(2008), ‘닌자 어쌔신’(2009)으로 월드스타급 반열에 올랐다. 팬들은 무명 시절의 어려움을 딛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정상에 선 비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의 땀과 노력, 평범함을 극복한 비범함, 자신의 일에 대한 진정성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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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는 군 복무 중이던 2011년 말 공무상 외출을 하면서 복무규정을 지키지 않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믿었던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 견실한 청년 이미지에 금이 갔다.
그런데 이 사소한 사건이 시작이었나 보다. 이후 비는 종종 부정적 이미지가 깃든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게 2019년 개봉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비가 주인공 엄복동 역을 맡았는데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다. 덩달아 흥행에도 실패하면서 ‘엄복동(UDB) 지수’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17만 명 정도가 든 ‘자전차왕 엄복동’을 1UDB로 잡고 다른 영화의 흥행 성적과 비교하는 것이다. 비로선 매우 뼈아픈 패러디이지만 흥행 참패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굳이 그 시점에 비가 출연한 영화를 그런 식으로 패러디했는지 뚜렷하게 설명할 길은 없다. 그러나 비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9년 만의 컴백을 맞아 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그 모습이란, 데뷔 초기의 열정적인 비, 혹은 숱한 오해와 불신을 딛고 단단히 선 정지훈, 아무리 우스꽝스럽게 패러디를 해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성숙한 레인의 모습이다.
2017년 발표한 ‘깡’의 역주행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주목받지 못했던 ‘깡’은 어느 날 인터넷에서 패러디되며 ‘1일 1깡’이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비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줬다. ‘깡’에서 보여준 비의 다이내믹한 퍼포먼스가 주목받은 게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우습게 패러디되더라도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자학 개그’로 팬들의 놀이에 동참하는 비의 유연한 태도에 있었다.
비가 자신을 코미디의 소재로 낮출수록 비는 더욱 빛났다. 덕분에 유재석, 이효리와 혼성그룹 ‘싹쓰리’까지 하며 2020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비의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나 가창력에 대해선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 녹슬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만의 것을 보여주면 된다. 굳이 요즘 트렌드를 좇을 필요는 없다. 비만의 ‘올드 스타일’을 지켜줬으면 한다. 팬들이 비에게 바라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어떠한 조건도 없이 무대 위에서 팬들과 뜨겁고 즐겁게 만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