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더 무서운 실적…"반도체 별거 없나" 짐싸는 외국인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4.04.22 16:34
글자크기
SK하이닉스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주가 흐름 /사진=한국거래소SK하이닉스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주가 흐름 /사진=한국거래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보인다. 중동 위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에 따른 의구심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오는 25일 예정된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 실적에 따라 반도체주의 주가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130,000원 ▼3,000 -2.26%), 기아, LG화학, HPSP (38,250원 ▼450 -1.1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반도체주에 해당한다.



외국인은 지난 일주일 동안 SK하이닉스는 5350억원, 한미반도체는 1396억원, HPSP는 734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주가도 출렁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7만1600원에 마무리했는데, 지난 15일 18만8200원과 비교하면 9% 가까이 떨어졌다. 종가 기준 지난 11일 18만8400원에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지 11일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한미반도체는 이날 전일 대비 7% 가까이 빠지며 12만7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종가이자 52주 신고가인 14만6300원 대비 13% 하락했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 HPSP 주가는 전일 보다 0.4% 내린 4만37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본격화한 시기다. 동시에 AMSL과 TSMC의 실적 발표도 있었다. 증권가는 중동 리스크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점차 낮아지는 반면 반도체 업종의 실적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ASML과 TSMC의 실적 부진 영향으로 반도체 업종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 "AI 반도체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 업황도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며 가격에 반영해오던 시장이었으나 ASML, TSMC 실적 발표를 거치며 이 부분에 물음표의 크기가 재차 강해진 점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 수혜주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기존과 달리 사전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지난주 금요일 나스닥이 2% 급락했다"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된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주가 흐름은 결국 실적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성장과 AI 반도체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빅테크의 실적과 SK하이닉스 실적을 통해 반도체 업황 반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간 기준 테슬라는 오는 24일, 메타는 오는 25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오는 26일 각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실적 발표에 나선다.

조정은 있겠으나 반도체 업종의 실적은 우상향할 거란 의견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은 꾸준히 상향될 것"이라며 "속도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사이클이 뒤집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조정 시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TOP